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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 미래세대 동의 필요하다

입력 | 2023-01-04 00:00:00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제4차 전체회의에서 현행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동시 인상 방안을 보고하고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민간자문위원회가 어제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9%인 보험료율을 올리고 가입 기간 중 평균소득의 40%인 소득대체율도 높이자는 게 큰 방향이다. 연금을 받는 시점을 만 65세보다 더 미루고, 납부 기간을 늘릴 것도 제안했다. 국회 연금특위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이달 말 구체적인 연금개혁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24년째 9%인 보험료율은 18.2%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요율을 올리지 않고는 2050년대 중반 연금 고갈을 피할 수 없다. 40% 소득대체율도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데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연금 가입 기간을 연장하고, 수급 개시 시점을 늦추는 개혁을 추진하는 것처럼 한국도 의무가입 연령 조정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이번 자문위 제안에는 여러 현실적 고민이 담겨 있는 듯하다. 재원만 따진다면 ‘더 내고 덜 받는’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민 수용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향후 연금특위가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올리기로 하느냐에 따라 개혁안의 성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기금 고갈을 불과 30년가량 앞둔 상황이다. 보험료를 올려 생기는 재원으로 고갈 시점을 늦추면서도 보험료 인상에 따른 적절한 소득대체율 인상 폭도 찾아야 한다. 지난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국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연금개혁의 시급성에 비해 10월 개혁안을 내놓겠다는 정부의 일정표는 너무 느슨하다. 국회 연금특위라도 먼저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세대 착취’라는 비판을 받는 국민연금을 청년들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치는 일이다. 미래세대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제도로는 청년들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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