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한미 ‘공동 核 연습’ 혼선… 성급한 기대보다 탄탄한 논의를

입력 | 2023-01-04 00:00:00

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에 복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용헬기에서 내린 후 사우스 론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 중이냐’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No)”고 잘라 말했다. 이를 두고 “한미가 미국 핵전력을 ‘공동기획·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다만 백악관 측은 “핵보유국이 아닌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계획하지 않는다”면서도 “한미는 정보공유 강화, 비상계획 확대, 궁극적으론 모의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노’ 한마디로 불거진 동맹 간 엇박자 논란은 한미 양측의 신속한 부연 설명 덕분에 잠깐의 해프닝으로 진화되는 분위기지만, 용어상 혼선 탓으로 치부하며 넘길 사안은 아닐 것이다. 날로 고도화하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대북 대응 전략을 둘러싼 한미 간 기대와 현실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핵우산과 확장억제보다 높은 수준, 즉 전술핵 배치나 핵 공유 같은 공조를 원한다. 윤 대통령이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공동기획·공동연습’을 언급한 것도 그런 기대의 반영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으로선 러시아와 중국의 핵 위협 증대로 가뜩이나 긴장된 국제정세에서 또 다른 ‘핵 연습’의 여파부터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자가 불쑥 던진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즉각 부인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지난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는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기획·실행 강화’ ‘확장억제 모의연습(TTX) 개최’ 등이 담겼다. 그런 다짐이 ‘핵 공유 못지않은 실효적 방안’이 되려면 한미 간 긴밀한 논의에 달려 있다. 성급하게 기대부터 드러낼 일은 아니다. 한미 확장억제 연습도 어디까지나 도상(圖上) 훈련이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연합 핵 연습과 다르다.

동맹의 확고한 대응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섣부른 기대나 의욕을 앞세워선 불필요한 오해와 불협화음을 낳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그것은 실질적 안보 공약마저 말잔치로 비치게 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