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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戰, 비공식 정전 맞을것… 러, 크림반도 흔들리면 핵 쓸수도”

입력 | 2023-01-04 03:00:00

[2023 새해특집/글로벌 석학 인터뷰]〈3〉佛 파스칼 보니파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몇 개월 뒤 ‘비공식적인 정전(停戰)’을 맞을 것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67)의 전망이다. 1년 가까운 전쟁으로 양국 모두 인명 손실이 막대해 암묵적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이야말로 전쟁의 실익을 챙긴 진정한 승자”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이 지난해 12월 19일 파리 IRIS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강도를 낮춰 살상을 막는 ‘비공식적 정전’으로 갈 것을 예상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몇 달간 계속되다가 ‘비공식적인 정전(停戰)’을 맞을 것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67)은 지난해 12월 19일 파리 11구의 IRIS 사무실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다음 달 발발 1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같이 전망했다.

보니파스 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인한 인명 손실이 막대해 전쟁을 이런 방식으로 계속할 순 없다”며 전쟁 강도를 낮춰 살상을 줄이는 사실상의 정전을 예상했다. 핵전쟁 가능성에 대해선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만 안 건드리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를 쓰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60권이 넘는 저서를 꾸준히 펴낸 그는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세계를 이해하다(comprendre le monde)’란 유튜브 및 팟캐스트 채널과 팔로어 14만 명이 넘는 트위터로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이슈를 분석해 전달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이 다 돼 간다. 언제쯤 끝이 날까.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차지한 영토를 유지할 수 있다면 전쟁을 그만둘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물론이고 서방 국가들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푸틴 대통령이 침공에 대한 보상을 얻는 셈이기 때문이다. 양국이 서로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전쟁이 몇 개월은 더 갈 것으로 본다. 공식적인 정전은 없을 수도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강도를 낮출 수 있다. 양국에서 각각 1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될 만큼 인명 손실이 막대해 전쟁을 계속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평화협정 없이 전쟁 강도를 낮춰 살상을 막는 비공식적인 정전이 양쪽에 해법이 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길 수 없다. (전쟁 명분으로 내세웠던) 키이우 정권 교체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가 차지했던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탈환하고 있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러시아 군이 전쟁에서 지고 러시아로 돌아오면 푸틴 대통령에겐 수치이고 권력이 약해질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그를 대체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경쟁자들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러시아 내에선 영향력이 있다. 물론 러시아의 완전한 패배로 끝난다면 군부가 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고 그는 책임져야 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완전히 패하면 국제사회에도 리스크일 텐데….

“맞다. 그래서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2014년 러시아에 무력으로 빼앗긴) 크림반도를 되찾길 원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탈환하면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쓰려 할 것이다. 크림반도는 전략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

―러시아 경제가 서방 제재를 극복할까.

“어려울 거다. 중요한 건 러시아에서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기술(IT) 전문 인력들이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70만∼100만 명 정도가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안다. 푸틴 대통령이 자유를 통제하고 서방의 지원이 없다 보니 살기 힘든 데다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전방에 가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방의 경제 제재도 문제이지만 이러한 전문 인력 유출이 심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 때문에 러시아 경제가 멈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의 보호주의가 강해지고 있다.

“미국이 문제다. 아시아와 유럽은 미국의 동맹인데 현실의 미국은 경제 부문에선 아시아와 유럽을 적으로 인식한다. 이번 새로운 법안(IRA)은 매우 일방적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만이 위험한 푸틴으로부터 세계를 보호할 수가 있다. 그러니 우리의 뜻에 따르고 경제 정책에 반발해선 안 된다’면서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 아시아,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서 무기를 더 많이 사들이고 있다. 또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니 미국에서 수입을 늘리고 있다. 미국이야말로 이번 전쟁의 진정한 승자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은 ‘러시아-중국 연합’에 대항해 민주주의의 연합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건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 ‘덫’이라고 본다. 한국과 유럽은 절대로 미국과 중국 중에 한쪽을 고르면 안 된다. 우리는 중국과 이해관계가 상당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욱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유럽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고, 우리의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고 함께 미국에 요구하면 우리가 유리해질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앞으로도 강화될까.

“그렇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강한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경제 분야에선 동맹을 약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매우 모순적인 행동이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간에 보호무역 정책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형성돼 있으니 양당 모두에 보호무역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도 러시아처럼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대만은 섬이어서 탱크가 보트로 가야 하기 때문에 공격이 힘들다. 그리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행동할 것임을 밝힌 바 있는 데다 중국은 대만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강해서 대만을 침공하긴 어렵다. 게다가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안 좋아 추가적인 위기를 원하지 않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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