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불확실” 현금 확보 나서 은행-공공기관 채권 발행도 늘듯 채권시장 수급 불균형 재현 우려
새해 벽두부터 굵직한 대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줄줄이 회사채 시장을 찾고 있다.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간신히 안정을 찾았던 채권시장이 다시금 공급 과잉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계획 규모는 최대 5조75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회사채 발행 규모는 10월 3조6871억 원, 11월 2조8322억 원, 12월 3조4019억 원에 그쳤다. 기업들이 1월 계획한 대로 회사채 전액(최대치 기준) 발행에 성공한다면 발행량은 지난해 10∼12월 평균 대비 70% 이상 늘게 된다.
4일 KT가 최대 3000억 원, 이마트가 최대 4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포스코 역시 최대 7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LG유플러스, 롯데제과, 현대제철, CJ ENM, GS에너지, LG화학 등도 회사채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발행 물량 증가에 대한 불안도 감지된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경색이 심화됐던 채권 시장에 다시금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2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롯데건설이 지난해 12월 수요 예측에서 ‘완판’에 성공했으나 그중 1200억 원가량은 채안펀드가 떠안은 물량이었다. 시장의 유동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시중은행들도 은행채 발행을 재개하고 있으며, 공사채 발행도 늘어날 조짐이 보인다.
시장은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발행 물량은 쏟아지니 ‘옥석 가리기’는 한층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우량 등급의 공공기관 채권과 대기업 회사채에만 자금이 몰리고, 그 외에는 자금이 가지 않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