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0·토트넘) 선수도 동참합니다.”
강원 춘천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가 고향사랑기부제 참여의사를 전해왔다고 4일 밝혔다. 정확한 기부액수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서둘러 발표한 것이다. 춘천시는 기부를 받는 대로 손 선수를 대신해 아버지 손웅정 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올 1월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당수 지자체는 유명인을 ‘1호 기부자’로 내세우거나 화제가 될 만한 답례품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기부를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답례품 선정 등 준비가 미진한 상태로 시행을 맞아 속을 태우는 형편이다.
● 비수도권 농어촌에 기부 모여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자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10만 원 초과분은 16.5%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지자체는 기부액의 30% 범위 내에서 답례품을 줄 수 있다. 개인이 10만 원을 기부할 경우 최대 13만 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1인당 연간 기부 한도는 500만 원이다.
유명인이나 고액 기부자를 ‘1호’로 발표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곳도 있다. 경북도는 원로배우 이정길 씨를 ‘1호 기부자’로 발표하고 500만 원을 기부 받은 후 답례품으로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작한 도자기(150만 원 상당)를 선물했다. 경남 의령군은 ‘기부왕’으로 불리는 삼영화학그룹 창업주 이종환 이종환교육재단이사장이 500만 원을 내며 1호 기부자로 공개됐다. 광주 북구는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제이홉, 충북 음성군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첫 기부자라고 발표했다.
기부금은 비수도권 농어촌에 주로 모여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한다’는 취지에 대체로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는 2일 낮 12시까지 약 2600만 원(124건)이 모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성주군에도 2일까지 이동환 재구성주향우회장(500만 원) 등이 1000만 원 이상 기부했다.
● “설 연휴 귀성객 마음을 잡아라”
지자체 간 ‘전략적 제휴’도 이뤄지고 있다. 내포신도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이웃 지자체 충남 홍성군과 예산군은 “서로 기부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에 따라 최재구 예산군수는 홍성군에 10만 원을, 이용록 홍성군수는 예산군에 10만 원을 각각 기부했다. 일부 지자체는 사전 준비가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다. 광주 광산구는 답례품 선정 등이 늦어지는 바람에 이달 20일경에나 첫 접수를 받을 계획이다. 광산구 관계자는 “뒤늦게 기부를 받는 만큼 KTX요금이나 떡갈비 할인 등 히트상품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출향인들이 고향을 찾는 설 연휴(21~24일)가 기부금 유치를 위한 ‘절호의 찬스’라고 보고 있다. 광주시는 조만간 광주송정역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등에 플래카드를 거는 한편 서울에 있는 전광판 등에도 홍보 영상을 상영할 계획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성주=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