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기숙사, 준비, 광고…. 베트남 호찌민이나 하노이, 한국 관광객이 몰리는 다낭, 호이안 거리에 걸린 프랑스식 알파벳 간판을 찬찬히 소리 내 읽어 보면 한국말로 뜻이 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어와 베트남어 어휘 가운데 한자어 비중은 양쪽 모두 60% 이상. 오랫동안 한자 문화권에 속해 있었다 보니 발음까지 똑같은 단어가 많은 것이다. 유교 전통이 강한 점도 비슷하다. 이렇게 닮은 데가 많은 두 나라의 경제 관계가 더 긴밀해지고 있다.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이었던 작년 한국이 가장 많은 무역수지 흑자를 낸 상대국에 처음으로 베트남이 올랐다. 610억 달러어치 상품을 수출하고, 267억 달러어치를 수입해 무역흑자는 343억 달러였다. 재작년 1위(352억 달러)였던 홍콩은 작년 3위(258억 달러), 재작년 3위(243억 달러)였던 중국은 22위(12억5000만 달러)로 내려앉았다. 미중 공급망 갈등,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홍콩을 경유하거나, 직접 중국으로 간 대중 수출이 급격히 준 탓이다.
▷1986년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개혁개방정책 ‘도이머이’를 시작한 베트남은 최근 들어 후발국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세계의 중국 견제가 본격화한 가운데 대체 생산기지로 베트남의 존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베트남 통계청이 내놓은 작년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8.0%로 1997년 이후 최고다. 한국 1%대, 중국도 4%대 성장이 예상되는 올해에도 베트남 경제는 6%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1992년 5억 달러로 시작한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 규모는 31년간 175배로 성장했다. 한국의 교역대상국 중 중국, 미국에 이은 3위다. 아직 수출품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중간재가 많지만 의류, 화장품, K컬처 상품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인구 1억 명, 평균 연령 32.5세의 젊은 나라 베트남은 이미 한국에 없어선 안 될 경제 파트너다. 따져 보면 무척 닮은 두 나라의 인연이 점점 깊어져 간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