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광고가 붙어있다. 새해 들어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최대 8%를 돌파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올해 첫 영업일인 전날 기준 5.27~8.12%를 나타냈다. 2023.01.03. 뉴시스
새해 들어서도 대출 금리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그제 기준 연 5.25∼8.12%로 상단이 8%를 넘었다. 1년 새 3%포인트 넘게 오른 것이다. 8%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당장 최고 금리를 적용받는 대출자는 많지 않겠지만 8%대 금리가 일상화되는 건 시간문제다. 일부 은행에선 변동금리 하단마저 대폭 올라 금리 7% 밑으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반면 은행 정기예금 이자는 연 4%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중순만 해도 시중은행들은 연 금리 5%대 예금 상품을 쏟아내며 고객 유치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예금 금리는 되레 떨어지는 기현상이 빚어지며 5%대 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대출·예금 금리가 역주행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연이은 시장 개입 영향이 크다. 당국은 먼저 은행권에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했다가 “대출 금리는 못 잡고 예금 이자만 잡는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대출 금리 추이까지 매주 직접 점검하며 인상 억제에 나섰다. 시장금리 상승세가 계속되는데도 당국이 예금·대출시장에 끼어들어 금리 왜곡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4790조 원의 빚을 짊어진 가계와 기업, 자영업자들은 급증한 대출 이자에 고통받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미 연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처지다. 올해는 극심한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이들의 고통이 더 커지는 만큼 은행권은 과도한 이익 추구를 자제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위기 극복 동참을 독려하되 시장 왜곡과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 관치는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