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이룬 민주주의 후퇴 안 된다” 문재인-이재명 공감대 이뤘다고? 사회주의 강조한 2018년 교육과정 그 세력이 뜻했던 신국가 구상이었나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음악 한 소절이 머릿속을 맴도는 날이 있다. 국민교육헌장이 문득 떠오른 날도 그랬다. 1968년 반포됐고 20년 전인 2003년 공식 폐지됐지만 그 시절 국민학교 다닌 사람은 안다. 얼마나 혼나면서 외웠는지. 그리고 암기의 중요성도.
내용을 다시 보니 알겠다. 틀린 말이 없다. 물론 국가주의적이라고 비판도 받았을 터다. 그러나 삼신할머니 랜덤으로 태어났어도 우리가 다른 나라 아닌 대한민국에 태어난 데는 이유가 없을 리 없다. 나는 축구에 관심 없지만 영국서 뛰는 손흥민까지 포함해 우리 축구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이 2022년 가장 자랑스러운 일 중 하나였다. 우리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건 맞는 말이었던 거다.
내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전임 문재인 정권에는 못내 못마땅한 듯하다. 특히 2021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추도사를 보면, 문 전 대통령의 정체성을 알 수가 없다.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했다.
양산 평산마을서 기념촬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당 지도부가 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찾은 것은 이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8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선 안 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는 글을 올렸다. 양산=뉴스1
‘일제 식민지 지배와 민족운동의 전개’ 단원 학습요소에 ‘다양한 민족운동의 전개’가 있다. 무장투쟁, 의열투쟁, 실력양성운동과 함께 사회주의운동이 들어가 있다. 성취기준 해설에는 노선별 독립운동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사회주의가 민족운동의 한 흐름을 형성하는 과정을 이해하도록 명시돼 있다. 특이하지 않은가. 왜 굳이 노선별 독립운동을 알아야 하는 건지. 조선의용대, 광복군, 신국가 건설 구상도 광복을 위한 노력의 학습요소로 적혀 있었다.
이 교육과정에 따라 만들어진 금성출판사 자습서엔 김원봉의 조선의용대 병력이 광복군에 편입됐다거나 옌안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조선독립동맹을, 여운형을 중심으로 조선에서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이 조선건국동맹을 결성했음이 노란 형광펜으로 강조돼 있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 동일 단원 성취기준에는 ‘국내외 민족운동 흐름을 이해하고 독립국가 수립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추구하였음을 분석한다’고 돼 있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2019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문재인은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고 연설했다. 금성출판사 자습서로 공부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해 훈장까지 받은 김원봉에 대해 “마음속으로나마 최고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싶다”고 했던 반면, 2020년 7월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6·25 영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홈페이지 정보란에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는 문구를 명시하게 했던 대통령이었다.
11개월 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40년, 50년 전에 한물간 사회혁명 이념에 도취돼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계속 세력을 이어가며 이권세력을 구축하고 대한민국의 고위 공직과 이권을 다 나눠 먹었다”고 집권세력을 직격했고, 당선됐다. 그 ‘문재명 세력’이 감히 민주주의를 입에 올리며 지금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