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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 “행안부-서울시 책임 묻기 어려워”… 유족 “수용 못해”

입력 | 2023-01-05 03:00:00

[이태원 국조 청문회]
이태원 참사 ‘혐의없음’ 처분 가닥
현장 책임자 수사로 일단락될듯
유족측 “특검 도입위해 싸우겠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특검 도입을 위해 싸우겠다”며 반발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본은 재난안전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인 행안부와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에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재난안전법상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를 관할하는 기초자치단체 용산구를 비롯해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 등에 재난 대응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은 행안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가 만들어야 한다. 다만 행안부는 전국 단위의 기본계획을, 서울시는 자치구 두 곳 이상에 해당하는 기본계획을 만들게 돼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 전역 또는 자치구 두 곳 이상의 사안이 아닌 이상 서울시가 미리 안전관리 계획을 세울 의무는 없어 보인다”며 “서울시에 책임을 묻기 힘든 만큼 그 상급 기관인 행안부에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대응 책임도 행안부와 서울시에 묻기 어렵다고 봤다. 서울시 조례상 서울시 재난대책본부장은 용산구 재난대책본부를 지휘·지원하게 돼 있지만 의무와 책임은 명문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재난안전법상 ‘인명, 재산의 피해가 크고 광범위한 경우’ 등에 한해 시도지사가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데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특수본 수사는 구속 송치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비롯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현장 책임자에 국한돼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족 측은 “특수본의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인 이종철 씨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행안부와 서울시에 (대형 참사 관련) 책임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기초지자체인 용산구에 책임이 있으면 용산구를 지휘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행안부 역시 책임자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검이 도입되는 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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