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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기집에 문의전화 30% 증가”… 둔촌주공 주변 ‘떴다방’ 등장

입력 | 2023-01-05 03:00:00

[부동산 규제 완화]규제해제 발표뒤 부동산 현장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 등 분양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계약률도 높아질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둔촌주공 본보기집을 찾은 시민들이 단지 모형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뉴시스


“중도금 대출이 안 돼서 계약금만 걸고 일단 중도금을 연체하려는 생각까지 했는데…. 이제는 대출이 된다니 다행입니다.”(전용면적 84m² 당첨자 A 씨)

4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청약 당첨자 계약이 진행 중인 강동구 둔촌동 본보기집. 계약 이틀째인 이날 오전부터 서류를 손에 든 청약 당첨자들이 줄을 이었다.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등 각종 분양 규제가 완화된다는 발표에 계약을 서두르려는 이들이었다.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며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등 계약률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전날까지만 해도 본보기집이 한산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일반분양 물량만 4700여 채에 이르는 초대형 단지로 올해 분양 시장 전망을 미리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인식돼 왔다. 이번 규제 완화로 12억 원 이상 주택의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져 전용 84m² 대출이 허용된 데다 전매제한 기한이 8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실거주 의무 요건도 사라져 입주 때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이날 계약자들은 실거주 의무 해제를 가장 반기는 분위기였다. 전용면적 59m²를 계약했다는 최모 씨(34)는 “실거주 요건이 부담돼 계약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 매매를 고민하던 중 전세를 놓을 수 있게 돼 계약을 결심했다”고 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정책 변화 이후 ‘정말로 전세가 가능하냐’는 문의가 가장 많이 왔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분양 관계자는 “규제 완화책이 발표된 뒤 문의 전화가 30%가량 늘었다”며 “계약을 위한 본보기집 방문 예약도 다음 주까지 만석”이라고 말했다.

특히 본보기집 인근에는 “계약하셨느냐”며 본보기집으로 향하는 당첨자들에게 접근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규제가 완화되며 당첨자들의 분양권을 사려는 이른바 ‘떴다방’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전매제한이 줄어들며 입주(2025년 1월) 이전에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부는 ‘프리미엄 5000만 원‘(분양가에 5000만 원을 얹어 팔라는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본보기집 관계자는 “오전에 본보기집에 들어와 영업하려는 이들을 쫓아내기도 했다”며 “오늘부터 떴다방 등 외부인 출입에 주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

다만 계약자들 사이에서도 급격한 규제 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용 59m²를 계약한 30대 남성 B 씨는 “정부가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어 보여 계약을 서둘렀다”며 “지금은 금리 부담으로 집값이 안 오르는 것인데 다른 규제를 다 풀어버리니 금리가 내리면 집값이 오를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대감이 높은 청약시장과 달리 일반 아파트 매매시장은 규제지역 해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며 “금리가 워낙 높아 거래 활성화가 되긴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자 부담이 있는 한 규제지역 해제로 시장 변화를 이끌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현재 주택 가격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은 확고하다”며 “특정 가격이나 방향을 목표로 움직이는 정책은 실패한다”고 했다. 각종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작동해 대출 건전성이 유지될 것”이라며 “빚 내서 집 사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청약에 당첨돼 잔금을 치러야 하는 경우 등 실수요 면에서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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