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선미 기자입니다. 2023년 새해 첫 스테파니는 갈수록 관심이 커지는 멘탈 웰니스(mental wellness·정신 건강) 스타트업들을 소개합니다. 마음을 돌보는 멘탈 웰니스는 명상, 마음챙김, 마인드케어 등과 비슷한 뜻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세계 1위 명상 스타트업인 ‘캄’의 이미지. 국내 삼성헬스 앱을 통해서도 서비스되고 있다. 캄 페이스북의 캡처사진
저만 그런 건 아닌가 봐요. 신경숙 소설가는 최근 펴낸 에세이 ‘요가 다녀왔습니다’에서 이렇게 썼어요. “글쓰기를 위해서 시작한 요가는 뜻밖에 나에게 사람과 사물에 대해 친절하고 다정한 태도를 지니게 해 주었다”.
경제상황이 불안정한데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면서 전 세계인들의 관심사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화려하게 외모를 치장하는 대신 내면의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됐습니다. 운동과 영양 뿐 아니라 마음을 챙기고 수면의 질을 높이데 신경을 씁니다. 럭셔리 업계도 멘탈 웰니스 시장을 집중탐구합니다. 궁극의 럭셔리는 ‘마음의 평화’이니까요.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멘탈 웰니스 시장에 뛰어 들었습니다. 명상 스튜디오를 찾지 않아도 집에서나 출퇴근길에 앱으로 마음 관리를 받을 수 있어 입소문이 났습니다. 저도 출근버스 안에서 명상 앱에 접속해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해 본 어느 날, 앱 속의 일기장에 이렇게 썼습니다. ‘좋았다. 기쁨의 호흡.’
해외의 대표적 명상 스타트업으로는 한국의 ‘삼성헬스’와 손잡은 세계 1위의 명상 앱 ‘캄’(Calm)을 비롯해 ‘헤드스페이스(Headspace)’, ‘메디토피아(Meditopia)’ 등이 있습니다.
1억 회 이상 다운로드, 유명 배우들이 읽어주는 수면동화와 명상음악 등
헤드스페이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개인맞춤형 심리상담과 쌍방향 소통
메디토피아
2017년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시작. 120여개 국가에서 12개국 언어 서비스
한국어로도 서비스되고 있는 글로벌 명상 앱 ‘메디토피아’
그런데 국내 스타트업 업계도 요즘 멘탈 웰니스 시장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두 곳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명상 솔루션 ‘숨’과 명상 콘텐츠를 넘어 명상 커뮤니티를 꿈꾸는 스타트업 ‘투이지’입니다. 두 곳의 대표로부터 각각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숨 (Soom)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 처음 참여한 명상 솔루션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를 통해 육성한 우수과제 중 하나인데요. 스마트워치로 명상 상태를 측정하고 피드백을 주는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공명호흡을 심장박동으로 측정해 앱과 스마트워치로 명상 상태를 관리하는 ‘숨’. 삼성전자 제공
숨의 김선옥 대표(36)는 부산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200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인공지능(AI) 개발팀에서 빅스비 관련 일을 하다가 지난해 1월 동료 세 명과 명상 솔루션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고 합니다. 김 대표에게 질문해봤습니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 우수과제로 선정된 ‘숨’의 김선옥 대표
Q. 올해 CES에 처음 참석한 소감이 어떻습니까.
“마음챙김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인만큼 현지 소비자의 반응이 설레고 궁금합니다.“
Q. 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시작은 명상과 요가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었어요. 2019년 본격적으로 요가를 접한 후 요가 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원광대 요가명상학과에 편입해 졸업한 후 동국대 명상심리학 석사까지 마쳤습니다. 명상을 도와주는 앱은 여럿 있지만 과연 명상을 잘 하고 있는지 관리해주는 앱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공명 호흡을 심장박동으로 측정해 모바일 앱과 스마트워치로 명상 상태를 관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Q. 명상은 왜 필요합니까.
“명상을 하면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마음 근육이 길러집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숨 앱을 하루 5분 씩 2주 간 사용하게 해 보니 ‘숙면에 도움을 받았다’ ‘복잡한 머릿속이 비워져 좋았다’ ‘끊임없이 호흡에 집중해야 하니까 그것만으로도 집중력이 올라가 업무에 도움을 받았다’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Q. 숨 앱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리 좋은 명상 콘텐츠가 있어도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느냐’잖아요. 스마트워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명상 효과를 보여주는 게 차별점입니다. 명상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편견이나 진입장벽 없이 일상에서 간편하게 명상의 효과를 느꼈으면 합니다.”
Q. 독자들을 위해 명상 관련 도서를 추천해주시겠어요.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에크하르트 툴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입니다. 특히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지난해 읽은 책 중 가장 좋았습니다.”
●투이지
투이지는 전 세계인의 멘탈 웰니스 플랫폼을 목표로 2019년 ‘루시드 아일랜드’라는 명상 앱을 선보였습니다. ‘7일간의 안 좋은 습관, 중독 끊기’ 등 1500개 이상의 명상 콘텐츠를 담고 있습니다. ‘마인드 웰니스 안내자’라는 칭호의 여러 전문가가 이 앱에서 각각 채널을 운영하기 때문에 라디오 채널을 골라 듣는 기분이 듭니다. 어느 작가는 힐링 에세이를 낭독하고, 가수 루시드폴은 자연의 소리를 전합니다. 애플 앱스토어 ‘오늘의 앱’, 구글 플레이스토어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앱’ 등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투이지는 아산나눔재단 청년창업지원센터 ‘마루360’을 거쳤고, 스트롱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1500개 이상의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투이지의 명상 앱 ‘루시드 아일랜드’
요가강사, 작가, 가수 등과 협업하는 투이지의 루시드 아일랜드 앱
서울예대(디지털 아트 전공)를 나와 몇몇 스타트업(음원 스트리밍, 블록체인 관련)을 거친 뒤 투이지를 창업한 박준민 대표(34)에게 질문했습니다.
단순히 명상 콘텐츠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명상 커뮤니티를 구축하겠다는 박준민 ‘투이지’ 대표. 투이지 제공
Q. 왜 멘탈 웰니스였습니까.
“스타트업들에서 일하면서 사소한 습관의 변화가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봤고 거기에서 스타트업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문제가 한 가지 보이더라고요. 사람들은 매일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우리는 성장, 성공, 아름다움 등을 위해 매일 노력하면서 정작 마음과 감정을 올바르게 관리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아요. 초연결, 초고속, 초경쟁 사회가 심화하면 이 문제는 더 커질 겁니다. 이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Q. 루시드 아일랜드의 명상 콘텐츠가 1500개가 넘습니다.
“명상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온·오프라인에서 멘탈 웰니스를 위해 활동하는 진정성 있는 강사분들과 협업했습니다. 앱을 플랫폼 삼아 음원 정산 시스템과 유사한 콘텐츠 수익 정산 시스템을 도입해 수익을 나눴더니 서비스 1년 만에 창의적 콘텐츠가 많이 생산될 수 있었습니다.”
Q. 현대인들에게 왜 명상이 필요합니까.
“예전에는 해가 져서 집에 오면 물리적으로 삶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카톡, 인스타그램 등에 늘 연결돼 수많은 뇌가 쉬기 힘든 세상입니다. 마음과 감정 관리가 절실합니다.”
Q. 멘탈이 건강한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관리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으로 잘 돌아오고,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알죠. 저희는 명상 커뮤니티를 조성해 이런 건강한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마음챙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스테파니는 여러분에게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원제: I may be wrong)’라는 책을 소개해 드리는 것으로 마치려합니다. 스타트업 ‘숨’의 김선옥 대표가 ‘강추’한 책이라 저도 읽어봤는데요. 스웨덴 출신의 저자는 26세에 다국적 기업 임원직을 내려놓고 태국 밀림의 사원에서 17년 간 ‘파란 눈의 스님’으로 수행하다가 46세에 승복을 벗고 지난해 세상을 뜰 때까지 일상 속에서 마음의 고요를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전했습니다. 책 중에서 공감이 됐던 구절들을 옮겨봅니다. 이 중 어느 구절은 새해 여러분들에게도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잠시 벗어났지요. 그것만으로 놀라운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평온한 장소에서 마음의 고요를 되찾다보면 혼란스러운 일상에서도 좀 더 다부지게 발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우리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부르는 생각들은 내려놓는 순간 힘을 잃습니다. 가장 내려놓기 어려운 생각이 결국엔 우리에게 가장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들여다보길 바랍니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정교하게 연마된 ‘지혜’라는 나침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지혜의 소리는 은은해서 일부러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습니다.”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새해 마음의 평화와 함께 복 가득 많이 받으세요.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