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체들이 배 만들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낮은 임금과 획일적 주 52시간제 때문에 일터를 떠났던 국내 기능 인력들의 현장 복귀는 대단히 더디다. 대신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려 해도 여의치 않다. 정부 입국심사를 거쳐 배치되는 속도는 느리고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막대한 주문을 받아 놓은 조선업체들은 납기 지연으로 인한 클레임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 ‘빅3’는 2년 연속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3∼4년 치 일감을 미리 확보한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적 에너지난으로 한국 조선업체들이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고가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선박 수요가 폭증했다.
문제는 2014년 20만 명이 넘던 조선업 종사자가 지난해 절반 이하인 9만여 명으로 줄어든 상태란 점이다. 감소한 인력은 대부분 용접공 등 현장 인력이다. 그 사이 조선업 경기가 나빴던 데다, 주 52시간제 확대로 연장근로 수당을 챙길 수 없게 되면서 많은 근로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조선업계를 떠났다.
조선업계는 올해 3분기에 생산인력이 1만30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둘러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면 배를 제때 인도할 수 없어 발주업체에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줘야 한다. 납기에 쫓긴 일부 조선업체들은 공들여 따낸 일감의 일부를 중국 업체에 하청을 주기 시작했다.
올해 한국의 수출은 작년보다 4.5%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전년 대비 3개월 연속 줄어든 수출은 최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의 하락, 주요 경제권의 경기침체 등으로 특단의 대책 없인 올해 더욱 심각한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조선업계 인력난처럼 눈앞에 닥친 수출 현장의 어려움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