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접착제 원료로 만든 ‘인공피부’ 이식해 성기능 장애 치료한다

입력 | 2023-01-06 03:00:00

부상-질환으로 인한 ‘페이로니병’
백막 조직 구현한 인공피부 이식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위키미디어 제공


부상이나 질환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남성 성기의 발기 능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공 피부가 개발됐다.

쉐타오스 중국 화난(樺南)이공대 연구원 연구팀은 발기 유지에 필요한 조직의 섬유질을 모방한 인공 피부를 개발해 손상된 성기에서 발기 기능을 회복키는 데 성공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의 자매지인 ‘매터’에 4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학계에 따르면 40세에서 70세 남성 중 절반가량은 상해나 인체 조직과 관련된 질환으로 발기부전을 경험한다.

이 중 5%는 음경 내부에 생긴 결절이 팽창을 방해하는 ‘페이로니병’을 앓는다. 이 병은 한국에서도 유병률이 1∼10%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페이로니병의 치료는 약물치료를 시도하다 효과가 없으면 칼슘을 차단하는 주사 치료를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권고하지 않는 방법이다. 수술적 치료법도 있지만 치료 장비가 아직 보편화되진 않았다.

최근 주목받는 발기부전 치료법은 인공 피부다. 음경의 손상 부위를 직접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발기 기능을 되살리는 인공 피부를 개발하기 위해 음경에서 발기에 관여하는 조직층인 ‘백막’에 초점을 맞췄다.

백막은 음경 등 쪽에 있는 거대한 조직 덩어리인 음경해면체를 감싸는 조직이다. 음경의 강직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지나친 압박이 가해져 음경이 구부러지면 이 백막이 파열되면서 음경 골절이 일어난다. 골절의 정도가 심할 경우 난치성 발기부전에 이를 수도 있다.

인공 피부로 손상된 백막을 대체하려는 연구는 이전에도 이뤄졌다. 백막 조직을 환자의 몸 안에 있는 다른 조직과 조합해 패치 형태로 덧붙이는 방법이 시도됐지만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거나 부착된 부위에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인공적으로 만든 백막 조직의 미세구조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백막과는 다르기 때문에 손상 부위를 완전히 대체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기존 인공 백막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자연 백막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고분자화합물 폴리비닐알코올을 활용했다. 폴리아세트산비닐을 분해해 얻는 폴리비닐알코올은 주로 절연 필름이나 접착제 재료로 사용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 백막은 자연 백막과 동일한 생체 역학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돼지를 사용한 동물실험에서 발기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상적인 음경 조직과 유사하게 기능하면서 발기를 일으켰다.

독성과 혈액적합성 실험에서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분석 결과 인공 백막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 조직의 미세한 구조까지는 회복시키지 못했지만 정상적인 조직에 버금갈 만큼 음경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이끈 쉐 연구원은 “인공 백막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조직의 미세 구조를 모방해 같은 기능을 구현한다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에서 고안된 접근방식은 백막 외에도 인체에서 과부하를 지탱하는 조직들을 모방하는 소재를 개발하는 데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