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유럽에 법인 설립하고 본격 공략 지난해 이어 올해도 매출 2배 성장 전망 SK인수 후 텍사스 공장 설립 등 시너지
신정호 SK시그넷 대표.
미국 급속충전기 1위 사업자 SK시그넷이 올해 독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낸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와 만나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사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며 “일부 수주도 따내 앞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SK시그넷은 5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도 참석해 파트너사 협력 및 사업 확대를 모색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우리 신제품 V2를 미국 고객사에게 최대한 알리는 게 목표”라며 “아울러 다양한 협력사를 만들기 위해 미팅도 활발히 할 것”이라고 했다.
CES 2023에서 선보이는 SK시그넷의 최신 급속충전기 V2. 400kW급 출력으로 18분 만에 80% 충전 속도를 자랑한다.
올해는 특히 미국 텍사스 플레이노시 공장이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연간 1만 기 이상의 초급속 충전기를 생산하는 규모다. 그동안 SK시그넷이 국내 전남 영광 공장에서 연 1만 기 생산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2배 확장하는 셈이다.
SK시그넷은 텍사스 공장에서 350~40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내에서 350kW급 충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SK시그넷 공장이 처음이다. 신 대표는 “미국이 올해 초급속 충전기에만 16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한다”며 “우리 공장에서 생산하는 1만 기는 여기서 매출 기준 2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미국에서만 2만 기 규모로 생산하기 위해 증설도 생각하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국내 공장도 확장해 아시아, 유럽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했다.
SK시그넷은 SK 인수 전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중소기업이었지만 SK와 만나 다양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텍사스 공장 설립도 SK 인수 후 추진된 사업이다.
신 대표는 “이전에는 비용 효율화가 최우선이었다 보니 사업 확대를 공격적으로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SK가 인수하며 증자를 통해 22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비용통제보다는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SK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비롯해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탄탄한 공급망도 강점이다. 신 대표는 “다른 경쟁사들은 핵심부품인 전력반도체를 구하기 위해 세컨드리 마켓(도매·중개시장)을 통해 구하지만 우리는 반도체 회사로부터 직접 공급받는다”며 “자금 여력을 비롯해 SK그룹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신 대표는 “공급망을 직접 구축하는 기업과 간접 조달하는 기업간 격차는 크다”며 “비용만 해도 많게는 100배까지도 차이가 나고 안정적인 부품 공급이 되지 않으면 고객사 납기일을 제대로 못 지킬 리스크가 커 불리하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박현익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