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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약왕 아들 체포…갱단 총격 저항에 공항 폐쇄

입력 | 2023-01-06 10:26:00


멕시코의 마약왕 ‘엘차포’의 아들이 멕시코 군경에 의해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갱단은 밤새 총격으로 저항했고 지자체 건물과 지역 공항이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미-캐나다-멕시코 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3년 전 당국이 풀어 준 마약사범을 다시 체포하면서 멕시코 정부의 마약 정책이 강경하게 변화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은 이날 멕시코 마약 카르텔 지도자인 오비디오 구스만(32)이 시날로아주(州) 쿨리아칸에서 체포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루이스 크레센시오 산도발 멕시코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현지 보안군이 일명 ‘쥐새끼’라 불린 오비디오의 신병을 확보해 헬기 1대에 태워 수도 멕시코시티의 구치소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이날 체포 과정에서 갱단과 보안군 사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헬기 사격으로 밤하늘이 환하게 변한 영상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됐다. 도심 곳곳의 거리가 봉쇄됐고 쿨라이칸 공항과 지자체 건물도 일시 폐쇄됐다.

쿨리아칸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시민들은 집 밖을 나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아에로멕시코 항공은 이날 이륙 중이던 자사 여객기 동체에 총알이 박혔다고 밝혔다. 다만 객실 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비디오는 아버지 호아킨 엘차포 구스만을 대신해 시날로아 일대에서 각종 마약을 대량으로 밀매한 혐의를 받는다. 엘차포는 25년간 대규모 지하터널을 이용해 마약 수백 톤을 미국으로 밀반입한 혐의로 2017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미 콜로라도에서 복역 중이다.

오비디오는 특히 코카인과 마리화나는 물론 헤로인보다 약 50배 더 강력한 합성마약인 펜타닐도 직접 제조·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국무부는 오비디오가 자신의 형제와 공모해 시날로아에만 약 12개의 마약 실험실을 차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펜타닐로 인한 미국 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급증하자 미국 정부는 멕시코 정부에 시날로아 카르텔 소탕 압력을 지속적으로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비디오가 아버지 엘차포처럼 미국으로 송환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한편 오비디오의 체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멕시코 당국은 2019년 오비디오를 전격 체포했으나 이에 반발한 지역 갱단이 군경과 계속해서 전면전을 벌이는 등 인명피해가 확산하자 오비디오를 석방한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에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당시 국내외에서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이래 빈곤과 불평등 해소로 마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른바 ‘총기 대신 포용’ 전략을 일관적으로 취해왔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을 1주일 앞둔 이날 군을 동원해 마약 카르텔 소탕에 나서면서 멕시코 정부가 강경 기조로 마약 정책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범죄 컨설팅 업체 이사인 에두아르 게레로 란티아는 로이터에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시날로아 카르텔 소탕 압박이 멕시코 정부가 오비디오를 쫓게 된 동기가 됐을 것”이라며 “오비디오 체포가 다른 마약 밀매 카르텔을 확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