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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 숨긴 중개사, 세입자 보증금 40% 배상” 판결

입력 | 2023-01-06 10:29:00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가격표가 적혀 있다. 뉴스1


임차인이 이른바 ‘깡통전세’를 중개받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부동산 중개업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깡통전세’란 집주인(임대인)이 은행 대출금 이자를 계속 연체해 매물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놓인 상황과 매물을 뜻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7단독 반정우 부장판사는 6일 임차인 A 씨가 공인중개사 B 씨와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공인중개사와 서울보증보험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4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A 씨가 잃은 보증금 1억 원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A 씨는 2015년 8월 공인중개사 B 씨의 중개로 서울 구로구의 한 빌딩의 방을 보증금 1억 원에 2년간 임차했다. 당시 이 빌딩에는 방이 70개 있었다. A 씨가 계약할 당시 해당 빌딩에는 H사 명의의 채권최고액 총 22억20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A 씨보다 먼저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들의 임대차 보증금도 29억2810만 원이었다.

결국 빌딩은 2018년 경매에 넘어가 약 49억 원에 매각됐다. 그러나 매각대금이 근저당권자와 선순위 임차인에게 모두 배당돼 A 씨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A 씨는 B 씨가 앞선 위험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B 씨는 “임대인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실상을 알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중개사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은 계약 체결 여부 결정에 매우 중요한 정보”라며 “이를 알았다면 A 씨가 계약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A 씨도 건물의 시가나 권리관계를 따지지 않고 계약했다”며 “6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