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시에 쥐가 들끓자 에릭 애덤스 시장이 쥐 퇴치 차르(char; 전권을 가진 당국자)를 임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혀 해결의 기미가 없는 가운데 2년 전 애덤스 시장과 시장 경선에서 패배한 사람이 들고양이를 단속하지 않으면 된다고 제안하는 등 뉴욕시의 “쥐와의 전쟁”이 점입가경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 브루클린의 애덤스 시장 자택 앞에서 붉은 베레모를 쓴 수호천사단(Guardian Angels) 소속 3자가 기자회견을 했다. 커티스 슬리와 전 뉴욕시장 후보, 케이지 속의 고양이 두 마리, 죽은 쥐 한 마리였다.
애덤스 시장 산하의 뉴욕시 보건국은 지난 7일 브루클린 베드포드-스타이브샌트의 4층 자택에서 쥐를 퇴치하지 못한 혐의로 애덤스 시장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애덤스 시장이 앞서 보건국이 2차례 부과한 벌금 취소소송에서 승리한 다음날이었다. 새 벌금은 1200달러(약 152만 원)에 달했다.
애덤스 시장은 어린 시절 집에 쥐가 너무 많아 한 마리를 반려쥐로 키우기도 했다. 브루클린 구청장 시절엔 쥐를 익사시키는 쥐잡이틀을 소개해 채식주의자인 그를 극찬하던 동물권리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올들어 애덤스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 뉴욕시의 쥐라는 눈앞의 적과 싸울 수 있는 강력하고 굳건하며 킬러 본능을 가진” 책임자를 고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슬리와 전 후보는 자신이 기꺼이 쥐 대책 책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시장 집의 쥐 문제 해결을 위해 유기묘들을 집에 풀겠다고 했다.
슬리와는 부인 낸시가 점박이 고양이 타이니와 검은 고양이 토르를 쓰다듬고 있는 걸 보면서 “고양이가 쥐를 퇴치하는데 최고”라고 강조했다.
애덤스 시장은 슬리와의 제안을 조롱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뉴욕 시민들이 쥐문제를 “톰과 제리” 만화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애덤스 시장의 이웃 주민은 애덤스 시장 자택보다 옆집이 문제라고 했다. 그 집엔 쥐똥이 곳곳에서 보이고 정체모를 동물 뼈까지 있었다. 그런데 뉴욕시 보건국은 지금까지 이 집에 2차례 벌금을 부과했으나 쥐 퇴치를 위해 7000 달러(약 890만 원)을 썼다고 주장하는 애덤스 시장에게는 세 차례 부과했다.
애덤스 시장 인근에 사는 한 건축가는 길고양이가 세력권을 순찰하도록 하는 방식이 쥐 퇴치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직접 고양이들 밥을 주는데 길고양이들은 쥐를 만나면 도망친다. 쓰레기부터 치우지 않으면 쥐 퇴치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도시 생태학자들도 같은 생각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