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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쥐퇴치 전쟁” 점입가경

입력 | 2023-01-06 11:06:00


미 뉴욕시에 쥐가 들끓자 에릭 애덤스 시장이 쥐 퇴치 차르(char; 전권을 가진 당국자)를 임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혀 해결의 기미가 없는 가운데 2년 전 애덤스 시장과 시장 경선에서 패배한 사람이 들고양이를 단속하지 않으면 된다고 제안하는 등 뉴욕시의 “쥐와의 전쟁”이 점입가경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 브루클린의 애덤스 시장 자택 앞에서 붉은 베레모를 쓴 수호천사단(Guardian Angels) 소속 3자가 기자회견을 했다. 커티스 슬리와 전 뉴욕시장 후보, 케이지 속의 고양이 두 마리, 죽은 쥐 한 마리였다.

애덤스 시장 산하의 뉴욕시 보건국은 지난 7일 브루클린 베드포드-스타이브샌트의 4층 자택에서 쥐를 퇴치하지 못한 혐의로 애덤스 시장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애덤스 시장이 앞서 보건국이 2차례 부과한 벌금 취소소송에서 승리한 다음날이었다. 새 벌금은 1200달러(약 152만 원)에 달했다.

애덤스 시장은 이번에도 자신 휘하의 시행정법원에 소송을 내 벌금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뉴욕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법원에서 모든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며 “뉴욕시는 쥐가 문제다. 농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덤스 시장은 어린 시절 집에 쥐가 너무 많아 한 마리를 반려쥐로 키우기도 했다. 브루클린 구청장 시절엔 쥐를 익사시키는 쥐잡이틀을 소개해 채식주의자인 그를 극찬하던 동물권리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올들어 애덤스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 뉴욕시의 쥐라는 눈앞의 적과 싸울 수 있는 강력하고 굳건하며 킬러 본능을 가진” 책임자를 고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슬리와 전 후보는 자신이 기꺼이 쥐 대책 책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시장 집의 쥐 문제 해결을 위해 유기묘들을 집에 풀겠다고 했다.

슬리와는 부인 낸시가 점박이 고양이 타이니와 검은 고양이 토르를 쓰다듬고 있는 걸 보면서 “고양이가 쥐를 퇴치하는데 최고”라고 강조했다.

낸시는 자신이 유기묘 16마리를 입양했다고 했다. 타이니와 토르도 안락사 직전에 구출했다고 했다. 슬리와는 뉴욕시가 쥐를 죽이는 대신 활동을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년 여인 여럿이 이미 길고양이들을 보살피고 있으며 이들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애덤스 시장이 원하면 시장 자택 주변도 길고양이 세력권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애덤스 시장은 슬리와의 제안을 조롱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뉴욕 시민들이 쥐문제를 “톰과 제리” 만화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애덤스 시장의 이웃 주민은 애덤스 시장 자택보다 옆집이 문제라고 했다. 그 집엔 쥐똥이 곳곳에서 보이고 정체모를 동물 뼈까지 있었다. 그런데 뉴욕시 보건국은 지금까지 이 집에 2차례 벌금을 부과했으나 쥐 퇴치를 위해 7000 달러(약 890만 원)을 썼다고 주장하는 애덤스 시장에게는 세 차례 부과했다.

애덤스 시장 인근에 사는 한 건축가는 길고양이가 세력권을 순찰하도록 하는 방식이 쥐 퇴치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직접 고양이들 밥을 주는데 길고양이들은 쥐를 만나면 도망친다. 쓰레기부터 치우지 않으면 쥐 퇴치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도시 생태학자들도 같은 생각이다.

포드햄 대학교 객원 연구원인 마이클 파슨스는 “고양이들은 위험하고 치명적인 먹이를 쫓지 않는다”며 집 쥐는 “싸움에 능하고 놀라울 정도로 민첩해서” 고양이에 충분히 맞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