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개통 6주년인 9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 열차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SR 제공 2022.12.9 뉴스1
고속철도 SRT 운영사 에스알(SR)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대한 위탁계약을 전면 개검토하고 독자 차량기지를 확보한다고 밝히며, 코레일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코레일 입장에선 평택통복터널 전차선 단전 사건뿐만 아니라 잇따른 탈선, 인명사고 등 굵직한 사건에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고 있는 데다가, 철도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한 상태라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국회에는 유지보수 역할을 조정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인데,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이종국 에스알 대표는 전날(5일) 수서역 고객접견실에서 ‘평택통복터널 전차선 단전 SRT 운행 차질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독자 차량정비?차량부품 공급 확대 △한국철도공사 위탁계약 전면 재검토 △독자 예약발매시스템 구축 추진 △코레일 자회사 위탁업무 재정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에스알이 자체 집계한 통복너절 전차선 사고 피해 규모는 총 130억원이다. 총 32편성 중 25편성에서 67개 주전력변환장치(모터블럭)가 훼손됐으며 차량복구에 91억원, 비상차량 임차료 25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SR 측 설명이다.
에스알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에스알이 코레일로부터의 독립과 유지보수 업무를 모두 개편하려 한다. 사실상 코레일로부터의 독립 수순이다.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독점권이 있는데, 이번 발표에서 에스알이 동복터널의 지난 2019년 12월 하자보수공사를 언급하며 겨울용이 아닌 여름용 접착제를 사용했다는 등 부실한 자재사용과 허술한 관리실태를 지적하는 이유기도 하다.
코레일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코레일은 산본역 선로전환기 고장, 오봉역 사망사고, 중랑역 선로 점검 직원 사망사고, 한강철교 고립사고, 영등포역 탈선사고 등 잇따른 탈선·단전·사망사고에 국토부로부터 집중 조사를 받고 있다.
탈선·단전의 경우 유지보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코레일이 업무 독점권을 계속 가지는 것이 맞냐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특히 국토부 조사 결과 하자보수공사 등 유지보수에 문제가 있을 경우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허술하게 관리한 것이 드러나는 셈이라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유지보수 역할을 조정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13명의 의원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제38조의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지난 2004년 철도산업 구조개혁 이후 18년만에 코레일의 업무 독점 체제가 흔들리게 된다.
앞서 정부도 국영철도 체제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고 철도 건설과 운영을 모두 맡은 철도청에서 상부(운영)와 하부(건설)을 분리한 ‘상하분리’ 개편을 단행했다. ‘하부’를 담당하는 국가철도공단이 출범했으나 철도시설의 유지보수는 철도운영자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명분하에 코레일이 현재까지 유지보수를 맡게 됐다.
그러나 미완에 그친 상하분리는 계속해서 논란이 됐다. 철도 설계·건설을 철도공단이 하고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이후 철도 개량작업은 철도공단이 맡는 불완전한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시설관리가 두 조직으로 이원화되며 철도시설 생애주기 관리에 영향을 미쳤으며 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 공방도 이어졌다.
다만 이번 에스알의 발표를 두고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독자 운영’ 노선이 결국 ‘철도민영화’의 방향과 같다는 것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코레일에서 독립한다면서 여유차량을 임차해달라는 자기모순적인 요구를 (에스알이) 하고 있다”며 “독립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철도 운영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며,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분리 운영으로 인한 중복 비용 발생과 비효율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