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마리우폴 주민들이 정교회 성탄절과 새해맞이 장식이 꾸며진 트리 부근에서 축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자국 군인들에게 ‘36시간 휴전’을 명령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한부이기는 하지만 전면적 휴전을 명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재집결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5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이 공개한 성명을 통해 “(러시아정교회의 수장) 키릴 총대주교의 호소를 고려해 우크라이나 전투 지역 전역에서 6일 낮 12시부터 7일 24시(8일 0시)까지 휴전할 것을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던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 정부에 해당 기간 ‘크리스마스 휴전’을 선언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교회는 개신교, 가톨릭의 성탄절보다 13일 늦은 1월 7일을 크리스마스로 기념한다.
러시아는 민간인 대피와 같이 인도적인 목적으로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등 제한적인 지역에서 휴전을 지시한 적은 있지만 참전 군인 전원을 대상으로 휴전 명령을 한 적은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의 일시적인 휴전 메시지에 대해 ‘전략적 홍보’ 조치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휴전 기간 공격을 감행한다면 러시아는 이를 바탕으로 내부와 국제사회에 ‘도덕적 우위’를 주장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중단한다면 자국 군을 재편성할 시간을 벌게 돼 어느 쪽도 손해가 아니라고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