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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LG맨서 한화맨 된 채은성 “후배들에 지적 마다 않을 것”

입력 | 2023-01-07 03:00:00

2009년 신고선수로 프로 입문
‘6년 90억’ 한화 최대 FA 이뤄
“한화 야수 중에서 내가 최고참
훈련땐 진정성 있는 태도 보여야”



프로야구 한화에서 새 출발을 하는 채은성이 3일 서울 송파구 제이스포츠야구연습장에서 타격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6년 총액 90억 원에 계약을 맺은 채은성은 100타점을 새해 개인 목표로 내걸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야구를 대하는 자세에 장난기가 묻어 있거나 훈련에 진정성 없는 태도로 임한다면 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13년간 몸담았던 LG를 떠나 새해부터 한화에서 뛰게 된 채은성(33)은 웃는 얼굴로 무서운(?) 말을 꺼냈다. 지난해 말 서울 한 카페에서 만난 채은성은 “LG에는 선배가 6명 있었는데 한화 야수 중에서 내가 최고참이더라”며 “평소에 (후배들을) 강하게 다그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도 뭐라고 (지적)해야 할 때는 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채은성은 2009년 신고선수(옛 연습생)로 LG에 입단했다. 그러나 의장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등번호는 102번이었다. 등번호가 세 자리라는 건 정식 등록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두 자릿수 등번호를 달고 1군 경기에 나가보는 게 소원이었다”던 ‘소문난 연습벌레’는 3루수, 포수, 우익수,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꿔가면서 결국 1군 붙박이가 됐다. 그리고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한화 구단 역대 최대 규모인 총액 90억 원(6년)에 도장을 찍는 ‘대박’을 터뜨렸다.

4일 신년 하례식을 진행한 ‘친정’ LG 선수단에 ‘커피차’를 보내기도 한 채은성은 “한 팀에서 오래 뛰었던 만큼 팀을 떠날 결심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손혁 (한화) 단장님께서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셔서 미련이 남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한화 연고지인) 대전으로 이사를 하고 보니 아파트 바로 위층에 손 단장님이 사시더라. 단장님과 가까이 살게 돼 좋다. 고민이 있으면 손 단장님과 ‘카풀’을 하면서 조언을 구할 것”이라며 웃었다.

채은성의 새 시즌 목표는 당연히 팀을 ‘가을 야구’ 무대로 이끄는 것이다. 한화는 2018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이 없다. 최근에는 3년 내리 최하위에 그쳤다. 채은성은 “LG에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경험했다. 한화의 후배들에게도 가을 야구 맛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채은성이 내건 새해 개인 목표는 100타점이다. 채은성은 “평소 클러치(득점 찬스) 상황을 즐긴다. 득점권 상황에서는 볼카운트가 불리할 때도 외야로 희생 플라이를 쳐내 타점을 내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채은성이 1군 무대에서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건 2018년(119타점) 한 번뿐이다.

팀과 개인 목표 모두 달성이 쉽지 않은 만큼 채은성은 ‘평정심 메이트’를 만들어 ‘정신 건강’을 관리할 계획이다. 채은성은 “LG 시절 투수 이정용(27)과 함께 서로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글귀를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특히 정용이가 보내 준 ‘신한불란’(信汗不亂·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이라는 네 글자에서 큰 힘을 얻었다”면서 “한화에서도 정용이처럼 합이 잘 맞는 동료와 평정심 메이트를 맺으면 좋겠다. 내가 야수니까 기왕이면 이번에는 야수 중에서 메이트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