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거액 자금 성격-용처 수사 나서 해당 변호사 “터무니없는 금액” 부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사진)가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법무법인에 100억 원 넘는 거액의 수임료를 지급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김 씨가 이 법무법인 측에 수임료 명목으로 약 120억 원을 건넨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무법인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경부터 김 씨의 법률대리를 맡아왔다.
검찰은 변호인 선임 과정과 100억 원이 넘는 수임료 명목 자금의 정확한 성격과 용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씨가 대장동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배당금 등 범죄수익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추징당할 것을 우려해 법무법인 측에 미리 거액을 지급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 법무법인 소속 A 변호사 등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법조계 “김만배, 100억 넘는 수임료 이례적”… 檢, 적정성 조사
김만배 수임료 논란
檢, 거액 수임료 성격 수사나서… 추징 우려한 선지급 가능성 의심
법무법인 “재판 110회… 檢이 오해”… 김만배, 자해시도 23일만에 첫 조사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6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4일 김 씨가 자해를 시도해 조사가 중단된 지 23일 만에 그를 다시 불러 조사에 나섰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실제로 검찰은 현재까지 800억 원가량의 대장동 관련 수익을 동결했고, 김 씨가 숨겨 놓은 275억 원가량의 재산도 추가로 확인해 압수하는 등 김 씨의 자금줄을 틀어막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김 씨의 입을 열도록 압박하면서 동시에 범죄수익 환수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재산 1000억 원 동결·압수하며 압박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6일 오전 10시부터 김 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 씨가 지난해 12월 14일 자해를 시도한 지 23일 만이다.검찰은 김 씨를 둘러싼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해 대장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범죄수익을 최대한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부패방지법 혐의에 대해선 아직 김 씨를 기소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9월 법원에 ‘기소 전 추징보전’ 청구를 했고 11월 법원에서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법원이 인정한 추징보전 액수는 4446억 원이고, 이 가운데 800억 원에 대해서는 동결 조치가 결정됐다. 대장동 범죄수익의 규모가 총 4446억 원에 달하는데 이 중 대장동 일당이 800억 원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했다는 뜻이다.
동결된 800억 원 가운데는 천화동인 1∼7호의 사업 수익이 모두 포함돼 있다. 김 씨뿐 아니라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 주요 대장동 사업자의 수익도 동결된 것이다. 또 김 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일대에 구입한 62억 원 상당의 고급 타운하우스도 동결돼 임의로 처분할 수 없게 됐다.
○ 수감 중에도 재산은닉 관리 지속적으로 지시
검찰은 이미 동결한 800억 원과 별도로 김 씨가 2021년 11월 수감된 이후 측근들을 통해 은닉한 275억 원 규모의 범죄수익도 찾아내 압수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검찰은 화천대유 공동대표였던 이한성 씨와 화천대유 이사이자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지낸 최우향 씨를 각각 구속 기소하면서 이들이 김 씨의 지시를 받아 화천대유 자금을 인출해 보관해오고 있던 148억 원 상당의 수표를 현물로 찾아내 압수했다.
이들은 수백 장의 수표를 대여금고 등 여러 곳에 은닉해왔고, 지난해 5월 검찰 지휘부가 바뀌자 대대적인 재수사를 염두에 두고 자금 은닉 장소를 옮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현재까지 묶어둔 김 씨의 재산은 모두 1000억 원에 달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