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문화부 차장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간의 전쟁은 곧 콘텐츠 전쟁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HBO MAX 등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흥미로운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이들의 콘텐츠 전쟁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건 고전의 반열에 오른 드라마, 영화 등의 후속작이다. 글로벌 1위 넷플릭스가 최근 내놓은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는 1930년대 신문 만화를 원작으로 1960년대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1990년대 여러 차례 영화화된 ‘아담스 패밀리’의 스핀오프(원작의 캐릭터나 상황에 기초해 만든 파생 작품)다. 넷플릭스에서 최초로 6주 연속 시청시간 1위에 올랐다.
후발 주자인 HBO MAX와 아마존 프라임은 판타지 대전을 치렀다. 선공은 세계적 인기를 모은 ‘왕좌의 게임’ 후속작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었다. HBO MAX에서 지난해 8월 첫 방송 직후 나흘 만에 2000만 명이 봤다. 잘 알려져 있듯 원작은 1990년대 출간되기 시작해 세계에서 수천만 부가 팔린 조지 R R 마틴의 대하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다.
마블과 수많은 고전 애니메이션을 자랑하는 디즈니 역시 비장의 무기가 있다. 2012년 루커스필름을 인수하면서 확보한 ‘스타워즈’다. 1977년 처음 개봉돼 오리지널과 프리퀄, 시퀄만 9편의 영화로 제작된 이 시리즈는 ‘미국의 건국 신화’에 비유되기도 한다. 디즈니플러스는 ‘만달로리안’ ‘배드 배치’ ‘북 오브 보바펫’ ‘오비완 케노비’ 등의 스핀오프 시리즈를 만들어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작 ‘안도르’는 시리즈의 다소 낡은 듯한 느낌까지 걷어낸 수작이라고 본다.
이처럼 흥행이 검증된 콘텐츠의 후속작은 연령대가 높은 오랜 팬덤을 신규 시청자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낸다. 이를 통해 글로벌 후발 OTT도 안착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K컬처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도 드라마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에서 방영돼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은 우리 콘텐츠가 글로벌 OTT에 실려 해외로 뻗어나가지만, 토종 OTT가 오리지널 시리즈로 대박을 치고 다시 수십 년 뒤 후속작으로 이를 ‘우려먹으며’ 오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때가 올 것이라고 본다. 저들에게 100년 콘텐츠가 있다면 우리에겐 삼국유사 같은 1000년 콘텐츠의 저력이 있다.
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