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조 2차 청문회
유가족에 고개숙인 이상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유가족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장관은 사퇴 요구에 “현재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은 희생자 추모 장소 마련 등에 대해 “(유가족들과) 만남이 이뤄지게 된다면 구체적인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여야가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을 “재난 대비 총괄 책임자”로 지목하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지나친 정치 공세”라며 이 장관을 엄호했다.
이 장관은 참사 발생 70일째인 이날 처음으로 유가족 앞에서 “정부를 대표해, 개인적인 자격을 포함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세 차례 사과했다. 다만 그는 “제가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물러날 뜻이 없다고 밝혔다.
○ 이상민, “책임 소재 떠나 유가족에 사과”
이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28명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이 장관의 거취 문제였다. 첫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재난 대비 총괄 책임자가 사퇴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권 이후에는 재난을 대하는 공직자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고, 피해는 국민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이 장관이 참사를 인지한 뒤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관계자들과) 85분간 전화 통화를 9차례 했지만 장관이 직접 건 전화는 1통뿐”이라고 지적했다. 곧이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라는 윤 의원의 비판에 이 장관이 “과한 말씀”이라고 하자 방청석에 있던 유가족이 “과하긴 뭐가 과하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이 장관은 “서울시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받은 것은 ‘사망자 현황 파일’이었다”며 “적어도 ‘유가족 명단’이라고 하려면 이름과 연락처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정리된 형태로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오 시장도 “(파일이) 계속 업데이트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위증, 탄핵으로 좌표를 찍어 놓고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만희 의원은 “위증은 적어도 고의로나 어떤 의도를 갖고 자신의 기억과 다른 사실을 이야기할 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사퇴를 강요하고, 위증이라 단정하고, 나아가 탄핵까지 언급하는 등 과도한 발언은 자제하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야당의 거듭된 사퇴 압박에도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 장관은 “(참사 발생 후) 처리 과정에서 유가족이 받았을 상처에 대해선 책임 소재 유무를 떠나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가족 면담과 사과를 건의드린 적 있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건의드린 적은 없다. 한번 건의는 드려 보겠다”고 답했다.
○ 국회, 국조특위 10일 연장안 통과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17일까지인 국조특위 활동 기간을 열흘 더 연장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연장안은 재석 215명 중 205명의 찬성으로 처리됐지만 국민의힘 김기현 안병길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 장관, 유가족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 중이다. 천 의원은 “지금까지 한 총리도, 이 장관도, 윤희근 경찰청장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아무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