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하루라도 안 달리면 몸이 근질근질… 올핸 철인3종에도 도전”[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3-01-07 12:57:00

달리기 마니아 김보은 씨




“집안에 큰 일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싶었어요. 좀 나태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2017년 회사도 옮겼고 가족들과 떨어져 나와 독립했죠. 제 삶을 바꾸기엔 운동이 좋을 것 같았죠. 그래서 요가학원에 등록했고 어릴 때 자주 오르던 산에도 갔어요. 몸이 달라지니 삶도 즐겁고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특히 2018년 시작한 달리기는 제 인생의 활력소가 됐습니다.”

2017년부터 운동을 시작한 김보은 씨는 이젠 하루라도 안 달리면 안 되는 달리가 마니아가 됐다. 김보은 씨 제공.




회사원 김보은 씨(35)에게 2017년은 인생의 큰 변곡점이었다.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시작이 운동이었다. 지금은 하루라도 안 달리면 안 되는 달리기 마니아가 됐다.
“솔직히 왜 달리는 줄 모를 때였습니다. 운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2018년 가을 동아오츠카 선정 ‘포카리스웨트 러닝크루’를 뽑는다고 해서 신청을 했는데 된 겁니다. 처음 달릴 땐 때 정말 힘들었어요.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달리고 난 뒤 밀려오는 성취감이 너무 좋았어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김 씨는 “20세 때 신발장에 운동화가 하나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 운동화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때 만난 사람들과 지금까지고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소중한 인연이 됐다. 김 씨는 2019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 마라톤에 데뷔했다. 4시간 30분. 그해 동아일보 공주마라톤에서 하프,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에서 다시 풀코스에 도전해 3시간 57분으로 ‘서브 포’를 했다. 김 씨는 2019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시상식에서 포카리스웨트 영러너어워즈를 수상했다.

“제가 동아마라톤과 인연이 많았어요. 2019년 한 해 동아일보 주최 대회에만 출전을 했어요. 2020년에도 동아일보 주최 서울마라톤 언택트, 지난해 서울마라톤 오프라인 출전권 추첨에 떨어져 다시 언택트로 달렸어요. 2019년 영러너어워즈 상품으로 2020년 도쿄마라톤 출전권을 받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가지 못했어요. 올핸 꼭 출전할 겁니다.”

김보은 씨는 여성 동호회 ‘필 레이디’ 회원들과 매일 밤 함께 질주한다. 김보은 씨 제공.




3월 5일 열리는 도쿄마라톤에서 ‘330(3시간 30분 이내 완주)’ 하는 게 목표다. 세계 최고 권위의 보스턴 마라톤 출전 기록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보스턴마라톤 출전가능 나이대별 기록이 여자 만 35세의 경우 3시간35분 이내지만 그보다 더 단축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김 씨는 지난해 가을 3시간 45분을 찍고 바로 3시간38분까지 당기는 등 달리면 개인 최고기록을 바꾸고 있어 330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는 “그냥 달리는 것도 좋지만 목표를 세우고 대회에 출전해 기록을 줄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회 출전 목표는 늘 개인 최고기록 경신”이라고 말했다.

2019년 ‘필 레이디’란 여성 달리기 동호회에 가입한 김 씨는 주로 회사를 마친 뒤 저녁에 달린다. 새벽엔 모이기 어려운데 저녁엔 대부분 다 모일 수 있어 좋단다. 거의 매일 5~8km를 달리고 10km를 넘게 달릴 때도 있다. 한강공원, 남산, 연세대 신촌캠퍼스 운동장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달린다.
왜 달리냐고? 달리는 것도 좋은데 야경이 주는 즐거움도 있다.
“서울 한강을 달리며 한강다리를 본 적이 있나요? 달과 야경의 불빛이 한강물에 반사돼 비친 다리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달리는 게 큰 매력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치 않아요. 차를 타고 가면 못 보죠. 한강을 밤에 달리거나 걸어본 사람만 알 수 있어요.”


김보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여럿이 모이지 못할 때는 친구들과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들었다. 김보은 씨 제공.




김 씨는 코로나19 탓에 여럿이 모이지 못할 때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입문했다. 2021년 영남알프스 나인피크 105km도 35시간에 완주했고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45km도 돌았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산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나무, 꽃, 바위, 개울 등 모든 게 정겨웠다.

그냥 달리지 않았다. 요즘 달리미들은 문화를 만든다. 김 씨는 새해를 맞은 1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2023 계묘년 새해기념러닝’에 나가 300여명과 함께 20km를 달렸다. “다 나와”가 아니라 “달리고 싶은 사람들 모여”해서 20여개 동호회에서 모인 것이다. 필 레이디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알리고자 ‘위안부 기림의 런’ 행사를 열기도 했다. “여자끼리만 달리니 의미 있는 일엔 더 잘 뭉친다”고 했다. 김 씨가 참여하는 또 다른 동호회 ‘toktok 클럽’에선 불우이웃돕기 연탄기부 달리기 행사도 열었다. 함께 달리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연탄을 사서 직접 나눠주는 행사다. 그는 “한강변, 혹은 산을 오르면서 쓰레기 줍는 이벤트도 한다”고 했다.

“단순히 달리는 게 아니라 뭔가 의미 있게 달리려고 노력합니다. 목적이 있는 달리기라고 할 수 있죠. 달리며 건강도 챙기고 좋은 일도 하고… 삶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마라톤 동호회 ‘필 레이디’ 회원들과 함께. 김보은 씨 제공.




이렇게 즐기기 위해서 점심시간엔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몸을 만든다. 코어 근육을 잘 만들어야 부상도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크런치와 플랭크 등으로 코어 근육을 단련시킨다. 턱걸이도 한다. 처음엔 하나도 버거웠는데 지금은 1번에 3회 정도는 한다고. 그는 “근육도 잘 만들어야 하지만 쉬기도 잘 해야 한다. 초창기 달리기에 빠져 무리하다 부상을 자주 당했다. 이젠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쉰다”고 했다. 김 씨는 코로나19로 모이기 어려울 때 보디프로필도 찍었다. 잘 만들어진 몸의 결과물을 남겨놓고 싶어서다.

김 씨의 도전은 끝이 없다. 토끼해인 올핸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한다.
“아주 오래전에 독일에 간 적이 있어요. 그 때 철인3종 경기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고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죠. 그 때 ‘언젠간 해볼 거야’며 일종의 버킷리스트에 올려놨습니다. 필 레이디 회원들하고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철인3종까지 하게 됐어요. 함께 달리기도 하지만 사이클도 함께 타고 수영도 함께 합니다. 함께 하는 게 좋아요. 서로 응원하면서….힘들지 않고 즐겁게. 지난해 사이클과 마라톤만 출전하는 듀애슬론에 출전했는데 올핸 철인3종에 출전합니다.”

김보은 씨는 ‘필 레이디’ 회원들과 함께 달리고 사이클 타고 수영하면서 올핸 철인3종에도 도전한다. 김보은 씨 제공.




6월 경남 고성에서 열리는 고성아이언맨 대회다. 아직 철인코스(수영=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 완주는 힘들다고 판단해 하프코스(수영=1.9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0975km)에 도전한다.

“바다 수영을 해야 하는데….아직 안 해봐서 두렵긴 해요. 하지만 이런 도전이 즐겁습니다.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걱정하지 않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