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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선거 결과 조작 교사와 일면식도 없다, 나도 답답하다”

입력 | 2023-01-07 13:15:00

전북 군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회장 선거 투표 결과가 며칠만에 뒤바뀐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일 해당 학교에서 공지한 내용. 현재는 ‘담당 교사의 고의 작성’ 부분의 내용이 삭제돼 있다.2023.1.7/뉴스1

선거 당일인 지난달 29일 담당 교사가 발표한 회장 선거 개표 상황표. 기호 1번이 기호 2번보다 3표 앞서있다. 붉은 동그라미 안을 보면 숫자가 표 테두리에 딱 붙어있고, 투표 인원 ‘109’옆에는 원래 없어야할 온점이 찍혀있다. 2023.1.7/뉴스1


 “저와 일면식도 없는 교사입니다. 그 교사가 왜 우리 아이를 1위로 발표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군산 초등학교 회장 선거결과 정정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 A씨가 억울함을 토로하며 한 말이다. A씨는 선거에서 2위에 그쳤지만 담당교사가 투표결과를 의도적으로 바꾸면서 1위로 발표된 학생의 아버지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 군산시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 12월29일 3~5학년을 대상으로 전교 학생 임원선거를 실시했다. 투표마감 후 학교 측은 기호1번이 학생회장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며칠 뒤 이 학교는 회장 선거결과가 잘못됐다며 기호2번을 다시 당선자로 발표했다. 당시 공지사항에는 ‘담당교사의 고의 작성으로 인해 당선자가 바뀌게 돼 수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선거담당 교사가 고의로 회장 선거결과를 바꾼 셈이다.

해당 사건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선거결과를 수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담당교사와 기호1번 측이 특별한 관계가 아니냐는 억측까지 쏟아져 나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A씨는 전날(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저희는 그 교사(선거 담당)와 일면식도 없다. 얼굴이라도 봤으면 덜 억울하겠다”며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런 행위를 했는지 짐작 가는 이유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아이가 먼저 학생회장에 나가겠다고 해서 좋은 경험이니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줬을 뿐”이라며 “학생회장에 떨어졌다고 해도 그게 막 진짜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냥 수고 많았다고 위로해주면 끝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이슈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악성댓글을 달고 맘카페나 온라인을 통해 와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족들이 정말 큰 상처를 받고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교사가 다시 학교로 복귀해서는 안된다는 입장도 분명히했다.

A씨는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이 누구를 가르치겠느냐. 이제 이 학교에서는 당연히 안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감사받고 경찰 조사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선거당일 낙선했던 실제 당선자 기호2번의 아버지가 공개된 투표결과지 속에서 수치가 수정된 정황을 발견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전자투표를 지원한 선관위 측을 통해 실제 당선자가 뒤바뀌었다는 내용을 확인한 학교 측은 곧바로 정정공지를 발표했다. 선거담당 교사가 전교회장 선거에서 ‘가짜 투표 결과지’를 만든 셈이다.

해당 교사는 “실수했다. 잘못했다.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로는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관계자는 “결과가 바뀐 것을 알게 된 당일 담당교사가 입원을 해 아직까지 대면을 못했다”며 “양 후보 측 모두와 가족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만큼 심리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실지감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학교 측은 아직 명확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만큼 ‘고의 조작’이라는 표현에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선관위 측은 시스템 오류로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결과지를 인쇄할 수 있어 담당자가 따로 숫자를 입력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라며 “전자투표 특성상 무효표도 없고 개표 결과를 그대로 출력하기 때문에 데이터 값이 잘못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군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