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타워에서 보이는 빌딩숲이 위로 먹구름이 끼어있다. 2020.7.22/뉴스1 ⓒ News1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 산업은 한국의 핵심 산업이라는 점에서 두 회사의 실적 부진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철강·석유화학 등 그동안 국내 산업계를 지탱해 온 주요 산업도 4분기에 동반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경제의 전례없는 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 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1.6%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경제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뿐이다. 그나마 정부 예측은 나은 편이다. 한국은행(1.7%)·한국개발연구원(1.8%)·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등 주요 기관들은 경제 성장률을 1%대로 예측하고 있다.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2023.1.6/뉴스1 ⓒ News1
이날 LG전자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2%나 감소한 655억원이라고 밝혔다. 잠정 매출액(21조8597억원) 대비 영업이익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0.3%에 불과하다. 실적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겨 전체 적자를 면했다는 얘기다.
재계에선 전자산업 전반이 전례없는 불황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한 데다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두 회사의 주력인 스마트폰·가전·TV·PC 등 전자제품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 통상 4분기는 가전업계 성수기라는 점에서 이번 불황의 타격이 더욱 크다.
특히 전자제품 소비 감소는 이들 제품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부진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반도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수출액의 18.9%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산업계를 이끌어 온 핵심 산업이다.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불황은 한국 경제의 동반 부진으로 직결될 수 있다.
◇철강·화학도 경기침체 ‘직격탄’…포스코 등 영업익 줄줄이 하락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 2고로. 2023.1.1/뉴스1 ⓒ News1
이에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8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66.8% 줄어든 규모다. 4분기 현대제철은 전년 동기보다 76% 감소한 185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도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펴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실생활에 널리 쓰이는 PE(폴리에틸렌)·PP(폴리프로필렌)·PVC(폴리염화비닐)와 같은 범용 플라스틱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보다 30% 줄어든 3조6179억원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 8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자동차 산업의 4분기 전망이 밝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라는 악재를 맞았지만 하반기 들어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고 글로벌 시장 수요도 회복되면서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현대차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9145억원, 기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296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실화될 경우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91%, 95% 늘어나게 된다. 두 회사의 매출액 컨센서스(현대차 38조2119억원·기아 23조8368억원)도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계류 중인 화물기 2022.12.30/뉴스1 ⓒ News1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