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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중대선거구제 드라이브 건 尹, ‘3가지 효과’ 노렸나

입력 | 2023-01-08 10:44:00

[이종훈의 政說] 친윤계 당대표 만들기, 호남 공략, 진보 표심 분열 포석인 듯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연두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부터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띄우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1월 2일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특성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도 했다. 총선이 1년 3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윤 대통령이 직접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친윤·비윤 모두 웃는 중대선거구제 개편
첫 번째 이유는 친윤석열(친윤)계 당대표 만들기다. 윤 대통령과 친윤계는 최근 이른바 ‘김장연대’를 열심히 미는 중이다. ‘김장연대’, 곧 김기현 전 원내대표의 최대 약점은 수도권 득표력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수도권에서 판세를 역전해야 한다. ‘수도권 대표론’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수도권에서 득표력이 있는 당권주자군인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안철수 의원이 당심을 공략하는 포인트도 이 지점이다.

나 부위원장은 1월 3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승리의 최대 승부처가 어디가 될 건가를 보면 아무래도 수도권에서 이기는 정당이 1등 정당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안 의원 역시 1월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민주당 지도부는 사실상 전원 수도권”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총선에서 총 170석 이상 하려면 수도권 지도부로 정면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를 받아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지지율 1위는 나 부위원장(30.8%)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의원(20.3%)과 김 전 원내대표(15.2%)가 뒤를 이었다.

전당대회 때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김 전 원내대표는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한다. 나 부위원장과 안 의원, 두 사람 중 1명이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두 사람은 차기 대권주자다. 당대표가 되는 순간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윤 대통령이 뒷전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이것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중대선거구제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 다른 까닭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대선거구제는 비윤석열(비윤)계 표심을 유인하는 책략으로서도 유효하다.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할 경우 거대 정당은 한 지역구에 다수의 후보를 공천할 것이다. 3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에 2명의 자당 후보를 공천한다고 했을 때 1순위 후보 한 명은 친윤계 후보로, 2순위 후보 한 명은 비윤계 후보로 공천하는 게 가능해진다. 공천 탈락을 우려하는 비윤계의 기대감을 유발할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이다.

두 번째 이유는 호남 공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호남 지역에서 보수정당 후보로는 비교적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광주 12.72%, 전남 11.44%, 전북 14.42%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의 호남 지역 투표율이 역대 모든 선거 최저치인 37.7%를 기록했다. 공천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지역 여론이 악화한 탓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대선거구제까지 도입된다면 국민의힘이 호남 지역에서 의외로 선전할지 모른다. 더욱이 호남 민심은 수도권 호남 민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해 12월 26일부터 나흘간 전국 성인 남녀 2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호남 지역 정당 지지율은 21.1%다.

한발 물러선 민주당

세 번째 이유는 진보 표심 분열이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정의당 같은 소수 정당에도 기회가 생긴다. 이들 입장에서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해야 할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정의당 등 진보정당은 선거 때마다 전국적으로 또는 지역구별로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시도하곤 했는데 이 기류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독자 진보신당을 창당하려 들 개연성이 있다. 민노총은 2012년 통합진보당 지지를 철회한 이후 오랫동안 독자 진보신당 창당을 고민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조합원 수가 늘어나면서 제1노총이 된 민노총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가칭 ‘민주노총당’ 설립과 관련해 조합원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빠른 시일 내 민주노총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답변이 13.6%에 그치면서 한풀 꺾였지만, 민노총 지도부의 독자 신당 창당 욕구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진보 지지층 표심이 분열하면 국민의힘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봐야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1월 2일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대선거구제는 정의당 같은 소수 정당에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진보 대통합을 상징하는 대안으로 거론되곤 했기 때문에 민주당도 이에 동조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민주당 내에서는 신중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대선 과정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찬성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부터 장단점을 고려해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라며 한발 뒤로 물러선 상태다. 윤 대통령의 포석이 눈에 들어온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도 총선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72호에 실렸습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