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를 위한 웰빙풍수
경기도 과천시 한 단독주택에서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이수영씨(58). 쾌적한 환경을 갖춘 데다가 명당 터라는 조언을 듣고서 이 집에서 산 지 올해로 4년째다. 이씨는 곧 전세 만료를 앞두고 매입할지 이사할지를 결정지어야 했다. 나머지 생을 보낼 주거지를 마련하는 일인 만큼 이씨의 고민은 깊어갔다.
결국 이씨는 집 주인에게 이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주거 선호지 과천을 떠나기로 결정하기까지 이씨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이 잘 풀려서 나갔다는 말을 들었고, 집이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어 이사를 왔다. 실제로 이 집에서 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식구들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환절기마다 감기에 걸리는 큰 아이가 어느새 기침 증상이 없어졌고, 몸이 골골하던 식구들이 활력을 찾는 것같았다. 지은 지 30년을 넘어가는 낡은 주택이라는 점을 빼고는 은퇴용 내집으로도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
과천시 단독주택가에서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이 들어서고 있는 현장.
실제로 이씨 집 주변으로 1년 전쯤부터 단독주택을 허물고 3~4층 규모의 다세대주택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었다. 현재도 동네 전체로 공사판이 유행병처럼 번져나가는 상황이었다.
이게 이씨 집에 흉한 기운을 불러들이고 있으므로 이사하는 게 좋다는 풍수적 조언을 들었다.
이씨의 경우는 음양(陰陽)풍수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양택(집) 풍수의 고전으로 통하는 ‘황제택경’에서는 집을 양(陽)의 영역과 음(陰)의 영역으로 나눈다.
내 집에서 복 받는 방위는?
복덕방과 형화방의 방위를 정밀하게 가려내기 위해서는 나침반이 필요하지만, 일반인들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아파트든 단독주택이든 집의 중심점에서 베란다 혹은 현관문 쪽을 바라보며 똑바로 서서 양팔을 옆으로 든다. 대개 아파트 베란다 혹은 단독주택 현관문 등 바깥 환경과 연결되는 방향이 집의 앞쪽(向)에 해당하고 그 반대 방향은 뒤쪽(坐)에 해당한다. 이때 집의 앞쪽 및 오른손이 가리키는 범위까지가 복덕방이고, 집의 뒤쪽 및 왼손이 가리키는 범위까지가 형화방이 된다. (아래 그림 참조)집의 중앙에서 베란데 혹은 현관 쪽을 바라보며 섰을 때 앞쪽(인체로는 다리)과 오른쪽(오른손)이 복덕방, 뒤쪽(인체로는 머리)과 왼쪽(왼손)이 형화방이 된다.
옛사람들은 이런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던 듯하다. 되도록 집 뒤쪽은 건드리지 않으려 했다. 조선의 명문 양반 가옥을 가보면 집 뒤쪽으로 휑하니 비워 놓은 터가 자주 발견되는데, 집으로 이어지는 양의 기운을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이유에서다. 이는 집이 아닌 묘지(음택)에도 작용한다. 흔히 조상의 묘 윗자리에 자손의 묘를 쓰는 것을 역장(逆葬)이라 하여 꺼린다. 유교식 예(禮)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는 조상 묘의 윗자리(뒤편)가 형화방이므로 묘지를 조성하는 등 동적인 행위를 하면 흉한 일이 발생한다고 보는 풍수적 배경이 깔려 있다.
한국의 대표적 부잣집 중 하나인 경주 최부짓집은 뒤뜰에 나무만 듬성듬성 있다. 뒤뜰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지맥(地脈)과 형화방의 양 기운을 보호하려는 의도다.
반면에 집 앞쪽이나 오른쪽에서 동적인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면 즐겁게 받아들여도 좋다. 건축 공사를 하는 이들에게 음료수 한 병씩 사들고 가서 인사라도 해야 할 판이다. 자신이 사는 집에 길한 기운을 가져다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잘 살고 있던 집안에서 무언가 변화가 감지된다면, 먼저 집 주위로 변수가 생겼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안영배 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