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목소리 키워 주주배당 끌어내고 소액주주 보호 “기업가치 개선에 앞장” 주장 속 “과도한 경영 개입 위험” 지적도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가치에 반하는 기업의 의사 결정에 반기를 들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개미투자자들도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이들 행동주의 펀드들에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경영 개입 등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연초부터 고금리 환경 속에 높은 실적을 거둔 국내 금융지주를 겨냥해 주주들과 이익을 나눌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펀드는 2일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JB금융 BNK금융 DGB금융 등 7개 금융지주에 ‘매년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내용의 공개 주주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최근 신한지주는 이에 화답하듯 자본 비율 12% 초과분을 주주들에게 쓰고 배당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으로의 일감 몰아주기를 문제 삼아 변화를 끌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및 8월, 총 2회에 걸쳐 라이크기획과의 용역 계약 관련 문제 개선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송하자 결국 SM이 지난해 10월 계약 조기 종료를 공시한 것이다. SM의 한 개인투자자는 “속된 말로 얼라인파트너스가 죽어가던 SM을 살렸다”며 “가지고 있는 주식을 위임해 힘을 보태고 싶을 정도로 적극적인 소액주주 보호 활동에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28일 SM의 주가는 5만4500원이었으나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에 주주 서한을 보낸 이후 4월 1일 9만 원까지 올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등을 통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이른바 ‘먹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약으로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 환원 정책 등을 이끌어 내면서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호응이 커졌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행동주의 펀드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기업들이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행동주의 펀드는 대다수 주주들이 원하는 사항에 발맞춰 기업가치 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불식된 건 아니다.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해 보지 않은 펀드들이 해외 사례를 들어 지나친 상장사 경영 간섭에 나설 경우 기업 경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도 결국 수익을 추구하는 영리조직”이라며 “소액주주를 대표한다고 나섰지만 실질적으로 다양한 주주들의 요구사항이 반드시 기업에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