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후 대유행, 올 한 해 사망자 100만 명 예측 작년 말부터 공식 통계 발표 중단, 확진자 정확한 수치 숨기기 급급 확산세 원인은 ‘불활성화 백신’ 전문가들 “추가접종 서두르거나 mRNA 백신 투여해 면역력 갖춰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자 전용 코로나19 검사센터. 국민소통실 제공
지난해 12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재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세계 각국은 중국에 대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한국도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입국 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하고 홍콩·마카오 입국자까지 확대하고 있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1주간 전체 해외 유입 확진자 587명 중 중국발 입국자는 246명으로 41.9%에 달했다.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를 가늠할 수 있는 결과다.
과학자들은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유행 정도 파악에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에 효능이 낮은 불활성화 백신 접종자들이 많아 사망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통계 발표 멈춘 중국… 4월까지 사망자 50만 명 예측돼
문제는 중국 당국이 정확한 코로나19 확진자 통계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확산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중국의 코로나19 공식 사망자는 13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공식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4103명이었다.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와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를 감안했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중국 정부는 아예 확진자 통계 발표 자체를 중단했다.전문가들은 중국의 확산세를 훨씬 비관적으로 예측한다. 지난해 12월 14일 조지프 우 홍콩대 의대 교수팀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중국이 방역 정책을 완화한 이후 몇 달 안에 1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워싱턴대 의대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 연구팀은 중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지 않으면 올해 4월까지 50만 명, 2023년 전체로는 1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 정보분석기업 에어피니티는 4월 말까지 17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중국 내부에서 공개된 문건도 이런 예측치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12월 23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내부 회의록을 입수해 지난해 12월 20일 동안 전체 인구의 약 18%에 달하는 2억4800만 명이 감염됐다는 추정치를 보도했다. 중국 지방정부가 자체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쓰촨성의 경우 지난해 12월 28일까지 70명의 주민을 조사한 결과 감염률이 80%라고 발표했다. 8372만 명인 쓰촨성의 인구수를 감안했을 때 약 6700만 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 사망자 통계 꼼수·효능 낮은 불활성화 백신이 혼란 더해
전문가들은 중국의 무서운 확산세의 원인으로 중국에서 주로 접종된 백신이 불활성화 바이러스 백신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모더나나 화이자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과 달리 중국에서 주로 접종이 이뤄진 중국 시노팜·시노백의 백신은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를 주입해 체내에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불활성화 백신이다. 홍콩대 의대 연구팀은 지난해 3월 80세 이상 고령층에서 시노백 백신의 효능이 60.2%로 화이자 백신(88.2%)에 비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중국은 인구의 90%가 2회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불활성화 백신은 3회 이상 접종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중국 내 백신 추가 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제임스 트라워 호주 모내시대 교수는 “백신을 추가 접종한 사람은 2주 이내에 면역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에 코로나19 백신을 무료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 당국은 이마저도 거부한 상황이다. 3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 백신 접종률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의료 자산이 확대돼 전반적인 공급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mRNA 백신이 유입될 경우 자국산 백신의 효능 미흡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ya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