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형준 사회부 차장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
2005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같은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 유명한 평가다. 유 전 장관은 정치권에서 논쟁적 인물이다. 그는 대학생 때 서울대 프락치 사건으로 구속돼 1985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직접 쓴 ‘항소이유서’로 유명해졌다. 이후 칼럼니스트와 작가, 방송인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자문 역할을 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워졌고 2003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며 친노(친노무현) 그룹 핵심이 됐다. 2006년 노 전 대통령이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유력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급부상했다.
그런 면에서 한 장관은 유 전 장관을 거울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 장관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보고한 걸 두고 논란이 일었다. 공개되지 않은 노 의원 혐의와 관련한 새롭고 디테일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체포동의안 부결이 유력한 상황에서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돈을 줘서 고맙다고 하는 노 의원의 문자메시지도 있다.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그대로 녹음돼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한 장관에 대해 “명백히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중죄를 저질렀다”고 반발했다. 법무부는 두 차례나 설명 자료를 내며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국회에 나가 한 장관은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올바른 얘기도 계속 면전에서 ‘따박따박’하며 맞설 경우 상대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한 장관이 정말 ‘정치인 한동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손자병법의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공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