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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강화보다 교권 회복이 우선[기고/조주행]

입력 | 2023-01-09 03:00:00

조주행 전 중화고 교장


문제 학생으로부터 교사의 정상 교육 활동과 신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부가 처벌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피해 교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사전 예방 대책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교권 침해에 대한 사후 구제 대책이어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처벌이 약해서 교권 침해가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 학생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처벌이 인과응보적 배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 학생에게 최선의 기회가 되어야 교육적 처벌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 행위가 학생부에 기록되면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이 어렵게 되어 평생 그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 처벌 대책에 앞서 특단의 선도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권 침해보다 더 근원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교사 권위의 실종이다. 교권 침해는 교사 권위의 실종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권위가 실종된 상태에서는 교육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해 학생 처벌보다 교사의 권위 회복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려면, 원인을 만들어 놓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당국이 먼저 솔직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교권 침해는 그간의 교육정책들의 누적된 과오가 표출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실시한 교사 대상 교육개혁, 학생이 교사를 평가하는 교원능력평가, 학교를 패싱한 학생 전수조사 등이 학교 경시 풍조를 확산시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때다.

교육 중립을 훼손한 교육 당국과 국가 주요 기관들의 무분별한 교권 침해 상태에서 교사의 권위가 온전하게 남아 있을 턱이 없다. 교사 권위의 실종은 교권 침해로 이어졌으며, 이제 학생들이 교사를 협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이제 작은 불편도 직접 교육청·교육부에 항의 신고하곤 한다. 이런 구조적 요인을 덮어두고 학생이 교사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벌만 강화하면 오히려 학교를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 반목하는 갈등의 장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교사 권위의 회복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당국이 과감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중앙부처의 하부 기관이나 지도·감독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교사 또한 관리·감독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교권의 주체로서 마땅히 존중되어야 옳다. 국회나 지방의회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지방교육자치의 이념에 충실하여 학교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 덧붙여 학교장 앞에서 모자를 벗은 영국 여왕처럼 우리 교육 당국을 비롯한 국가 주요 기관의 장이나 고위급이 학교를 방문할 때는 교문 밖에서 차를 내려 교내로 들어오는 선례를 만들면 어떨까 한다. 교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실질적인 행위들이 이뤄져야 학교가 바로 설 수 있다.


조주행 전 중화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