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산업1부
조선업은 올해 자동차와 더불어 수출과 생산량 증가가 기대되는 몇 안 되는 제조업종이다. ‘제조업 1번지’ 경기 시화공단에선 일감이 부족한 공장들이 줄폐업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조선사들의 수주 잔량(남은 일감)은 벌써 3년 치를 넘어섰다.
그런 조선소들도 걱정이 없는 게 아니다. 바로 구인난이다. 특히 용접, 도장, 전기공 등 기능인력들의 공백이 크다. 정부가 지난해 외국 인력 쿼터제를 완화했지만 수개월씩 걸리는 행정절차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선박 건조 일정이 뒤로 밀리기 시작한 조선소에서는 아우성이 들린 지 오래다.
법무부의 ‘특정활동(E7) 비자’ 발급 절차는 지금도 그렇지만, 올해 상반기(1∼6월) 가장 적체가 심할 것으로 지목된 구간이다. 근본 원인은 행정처리 인력 부족이라고 한다. 올해 초까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관서의 비자 및 체류관리 담당 인원은 219명. 이 중 조선소들이 집중된 부산, 울산, 경남 창원, 거제, 전남 목포 지역에는 26명이 할당돼 있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 인력들은 지난해 12월 12일까지 용접공 도장공 전기공 플랜트공 등 E7 비자와 관련해서만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용 추천한 1621명을 심사했다. 4월부터 8개월간이라지만 고용 추천은 주로 10월 이후 집중된 걸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비전문취업(E9) 비자와 입국 이후 체류관리 업무도 이들이 담당한다. 비자 발급에 병목현상이 생긴 배경이다.
일부에선 한꺼번에 밀려들어 올 외국인 근로자들의 체류관리 인력도 선제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지체 없이 반영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그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현장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한 이유다.
김재형·산업1부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