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가족끼리 근교에 나가 외식하려고 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집에서 배달시켜 먹었어요.”
지난 주말 전국 대부분 지역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온종일 뿌연 하늘이 이어졌다. 대낮에도 날씨가 흐리고 거리가 먼 건물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떄문에 바깥 나들이를 즐기려던 시민들은 모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9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충청, 호남, 영남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미세먼지가 ‘매우나쁨’에서 ‘나쁨’ 수준을 보였다. 이날도 오전 9시 기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27㎍/㎥, 인천 160㎍/㎥로 ‘매우나쁨’~‘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새해 첫 주말을 맞아 가족과 나들이 겸 외식을 즐기려던 직장인 이모(37)씨는 미세먼지로 흐린 바깥 날씨를 보고 계획을 취소했다. 그는 “연말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새해 첫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가려고 했다”며 “미세먼지 농도를 보고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집 안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아이를 달래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서울 방배동에 사는 강모(32)씨도 “주말에 한강에 나가서 러닝이나 사이클 타는 걸 즐기는 편인데, 지난 주말에는 20분만에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며 “건강하려고 운동하는데 더 몸이 나빠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에 사는 직장인 송모(36)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바로 벗는 편이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다시 쓰게 될 줄 몰랐다”며 “공기청정기도 구매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야외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 미세먼지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 현장 노동자, 배달업 종사자 등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드라마 제작진으로 일하고 있다는 윤민지(28)씨는 “촬영 한 번 나가면 최소 15시간은 밖에 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쾌쾌하다”며 “지금은 젊어서 감수하는데 시간이 지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 각종 커뮤니티에도 미세먼지로 인한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서울에 사는데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동해안 쪽으로 피난을 왔다”며 “서울보다는 확실히 나은 것 같긴 하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추운 것도 싫은데 조금만 따뜻해지면 미세먼지가 또 난리를 친다”며 “차라리 이럴거면 추운 게 나을 것 같다”고 전했다.
주말 내내 이어지던 올겨울 최악의 미세먼지는 당분간 한반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대기잔류와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수도권과 충청권, 강원영서 일부 지역은 오는 12일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