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팀이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2022년 하반기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각의 스타트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레다게임즈는 메타버스 플랫폼 ZEP을 활용해서 오프라인 방탈출 게임과 크라임씬(범죄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특정 인물 역할을 하며 범인을 찾는 게임)을 온라인으로 옮겼다.
레다게임즈의 온라인 방탈출 게임 ‘이야기를 해드릴게요’는 재미와 감동을 줄거리로 묶어서 전달,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정통 크라임씬인 ‘발자국이 향하는 곳’, 사극 크라임씬인 ‘한월하’도 오프라인 게임의 재미와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을 융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케일업 전문가 조언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목환 루다게임즈 고문(왼쪽)과 윤진하 레다게임즈 대표. 출처 = IT동아
하지만, 레다게임즈가 풀 과제는 여전히 많다. 온라인 방탈출·크라임씬의 개발 자원을 아끼고 재미와 완성도를 높일 개발 전략, 효과 좋은 홍보 마케팅 콘텐츠와 채널 발굴 등이다. 여러 번 즐기기 어렵고 플레이 시간도 한정된 방탈출 게임의 한계를 벗어날 묘안도 찾아야 한다.
스케일업코리아는 레다게임즈의 고민 해결을 돕고 게임 업계에 안착하도록 도울 전문가로 장목환 루다게임즈 고문을 섭외했다. 게임 개발과 기획, 마케팅 경력을 두루 가진 그는 루다게임즈에서 메타버스·가상·증강현실 게임과 콘텐츠를 만든다. 세계 곳곳의 명소를 배경으로 즐기는 캐주얼 슈팅액션 게임 ‘Poo Fighters’를 곧 로블록스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오프라인 방탈출과 크라임씬, 세계 최초로 온라인화
장목환 고문 : 안녕하세요. 만들기 어렵고 홍보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게임 사업,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부문을 개척하는 레다게임즈를 응원합니다. 온라인 방탈출·크라임씬은 이제 갓 만들어진 소규모 시장이라, 사업을 할 때 장벽도 높고 시도할 것도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먼저 레다게임즈의 성과, 그리고 온라인 방탈출·크라임씬 게임 기업의 창업 동기를 이야기해주세요.
레다게임즈 온라인 크라임씬 신작 '침묵의 시그널'. 출처 = 레다게임즈
최근에는 네이버 웹툰과 IP(지식재산권) 계약을 맺고 웹툰을 온라인 방탈출 게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기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의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곧 선보일 예정이에요.
웹툰 지식재산권으로 만든 드라마나 영화는 많은 인기를 모읍니다. 그런데, 유독 게임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해요. 이 부분을 주목하고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게임이 원작의 줄거리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하는 점, 원작과 전혀 관계 없는 인물이 들어가거나 게임의 장르가 잘못된 점, 결제 모델이 불합리한 점이 비판을 받는 원인이었어요.
하지만, 방탈출 게임은 이들 단점을 대부분 상쇄합니다. 소비자가 직접 웹툰의 주인공이 되는 셈이니 몰입감이 높아요. 실제로 웹툰 원작 오프라인 방탈출 게임은 많은 인기를 모았습니다. 문제는, 오프라인 방탈출 게임을 만들려면 인테리어와 장소 임대 비용이 많이 들어요. 게다가 한 시간에 한 팀만 즐기는 방식이라 매출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메타버스, 온라인으로 이 공간을 꾸미면 문제를 해결해요.
레다게임즈 온라인 방탈출 게임 신작 '타인은 지옥이다'. 출처 = 레다게임즈
레다게임즈가 만드는 '타인은 지옥이다' 온라인 방탈출 게임은 원작을 존중합니다. 에피소드별 구성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게임의 재미는 강화했어요. 실제 웹툰과 같은 배경, 웹툰에 등장한 소품과 아이템을 더해 맵을 만듭니다. 퀘스트도 다양해요. 에피소드는 네 개인데, 하나당 약 30분이면 즐깁니다. 첫 에피소드는 무료로 즐기고, 재미가 있다면 나머지 세 개를 유료 결제 후 즐기면 됩니다.
레다게임즈만의 개성 강화하고 수익원 만들어라
장목환 고문 : 웹툰 지식재산권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게임의 재미는 높은 자유도에서 나오는데, 웹툰을 적용하는 순간 자유도가 낮아집니다. 웹툰의 줄거리를 살리면서 여러 아이디어도 넣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자칫 게임의 재미가 훼손돼요. 그렇다고 재미 요소를 늘리다 보면 줄거리가 망가지고 소비자의 원성을 듣습니다.
레다게임즈에 조언을 건네는 장목환 고문. 출처 = IT동아
웹툰을 게임으로 만들 때에는 먼저 특정 부분만 떼어내 만들어 보세요. 웹툰에 등장하는 전투, 특정 요소만 살려 게임의 특성과 융합하는 것입니다. 줄거리를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웹툰 작가와 협의해서 새로운 줄거리를 만들어도 좋고, 원작을 토대로 외전 줄거리를 만들어도 좋아요. 그러면 위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게임의 재미와 줄거리의 자유 모두 얻습니다. 웹툰 지식재산권의 장점만 활용할 수 있어요. 한편으로는 웹툰 지식재산권도 좋지만, 자체 개발한 게임과 줄거리도 잘 유지해야 합니다. 레다게임즈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추천합니다.
윤진하 대표 : 맞습니다. 자체 개발한 게임과 줄거리를 강조해 선보이는 것이 저희 목표에요. 저희 장점을 유지하고, 웹툰은 레다게임즈의 게임을 알릴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겠습니다.
메타버스 게임 업계의 선배로서, 모바일 게임과는 사뭇 다른 이 부문에 뛰어든 이유와 그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루다게임즈는 매력적인 로블록스 게임과 콘텐츠를 가졌는데, 이 부문에서의 비즈니스모델과 홍보 전략은 어떻게 세웠는지도 알고 싶어요.
장목환 고문의 조언을 듣는 윤진하 대표. 출처 = IT동아
장목환 고문 : 늘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상·증강현실이나 블록체인 등 최신 게임 기술을 살펴봤는데, 그 가운데 로블록스를 포함한 메타버스 기술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제 막 태어난 시장이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했어요. 경쟁이 심하지 않고 광고 비용도 비교적 낮은지라 고품질 게임을 만들어 먼저 선보이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어요.
그렇다고는 해도, 게임은 여전히 개발 비용이 높은데 비해 투자금 유치는 어렵습니다. 자금이 많이 드는 사업이니 캐시카우는 물론, 외주 제작과 같은 자금 절감 방안을 반드시 만들어야 해요. 서비스로 매출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매출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표의 가장 큰 역할은 자금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자금 마련 면에서 레다게임즈의 롤 모델을 찾아보세요. 게임 기업이라고 해서 꼭 게임으로만 매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굴지의 한 게임사는 웹 에이전시로 캐시카우를 만든 후 성장했어요. 또 다른 주요 게임사는 게임 개발 기간을 단축해 다작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이런 성장 전략을 엿보고 배울 롤 모델을 찾으면 좋을 거에요.
루다게임즈가 준비 중인 로블록스 게임 'Poo Fighters'. 출처 = 루다게임즈
게임의 비즈니스모델은 대동소이해요. 인앱 결제나 게임 패스(월정액) 등이지요. 플랫폼마다 특정 비즈니스모델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로블록스는 올해부터 인앱 광고를 허용해요. 게임 안의 콘텐츠, 건물이나 캐릭터를 광고 조형물로 만드는 것도 비즈니스모델입니다. 단,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홍보 전략도 다양합니다. 플랫폼이 지원하는 추천 게임 공간이나 배너 광고가 유용하고요, 나아가 온라인 전반에 게임을 알리기도 해야 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의 특징과 이들의 보는 채널을 살피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로블록스 게임은 대부분 어린 소비자들이 즐깁니다. 이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채널은 단연 유튜브입니다. 어린 소비자에게 게임을 알리려면 유튜브 영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러니 레다게임즈의 게임의 소비자 특성과 채널을 선정하고 집중 홍보하세요. 사실, 홍보 전략에 왕도는 없습니다. 꾸준히 시도하며 답을 찾고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게임의 본질은 재미, 재미 토대로 비즈니스모델 늘려야
윤진하 대표 : 감사합니다. 고문님의 시각으로 봤을 때 레다게임즈가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와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장목환 고문 : 오프라인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정말 힘든 일을 한다는 점이에요. 게다가 방탈출이나 크라임씬을 즐기는 소비자들도 소수에 가까울 것이고요. 한 번 즐기려면 여러 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즈니스모델도 섬세하게 짜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온라인만의 재미까지 줘야 하고요.
레다게임즈의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즐긴 소비자들은 호평을 많이 보낸다. 출처 = 레다게임즈
레다게임즈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게임의 본질입니다. 게임은 게임답게 만들어야 합니다. 게임은 재미있어야 해요. 오프라인 방탈출과 크라임씬을 온라인으로 옮길 때, 성격이 비슷한 콘솔 어드벤처 게임의 속성을 가미하면 좋을 거에요. 게임스러운 재미를 주도록 크라임씬 중간중간에 짧게 즐기는 캐주얼 게임을 넣는 것도 좋겠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에 게임과 교육 기업들이 앞다퉈서 ‘공부하는 게임’을 출시한 적이 있었어요. 게임을 하면서 영어 단어를 외워 입력하고 문제를 풀며 미션을 해결하는 식이었지요.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어요.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살리지 못해서입니다. 게임과 다른 콘텐츠를 융합할 때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지 말고, 한 쪽을 강화해야 합니다. 아까 웹툰을 온라인 방탈출 게임으로 만든다고 하셨지요? 이 때에도 꼭 재미를 갖춰야 합니다.
레다게임즈가 지금까지 선보인 온라인 방탈출·크라임씬 게임들. 출처 = 레다게임즈
이렇게 재미를 해결한 다음에는, 비즈니스모델도 꼭 눈여겨봐야 합니다. 레다게임즈가 만든 온라인 방탈출 게임의 시스템은 광고홍보에도 유용할 거에요.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기업의 새로운 상품을 알리는 콘텐츠로 만들어 B2B 비즈니스모델로 하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새로운 상품을 찾아가는 여정을 온라인 방탈출 게임처럼 만드는 것이지요.
항상 새로운 기술, 매력적인 콘텐츠를 찾는 광고 대행사도 이 B2B 비즈니스모델의 고객이 될 것입니다. 레다게임즈의 온라인 방탈출 게임은 바이럴 마케팅에 활용하기에 그만이에요. 만들 여력이 없다면 먼저 제작 비용을 청구하면 됩니다. 일단 시도를 해 보세요. 이 역시 게임을 만드는 경험이고, 일이 잘 된다면 경험과 함께 자금까지 확보할 테니까요.
게임의 재미와 요소 강화하고 숏 폼으로 알리는 전략 유효
윤진하 대표 : 조언 감사합니다. 한편으로는 게임 마케팅 방법론을 문의하고 싶습니다. 개발 완료 단계인 게임을 알리고 마케팅할 때 가장 먼저, 혹은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레다게임즈의 온라인 방탈출·크라임씬은 특성상 바이럴 마케팅도, 한 번 즐긴 소비자가 다시 플레이하도록 유도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장목환 고문 : 게임 마케팅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내가, 내가 만든 게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우리의 게임을 어떤 소비자들이 즐기는지 찾아야 합니다. 이 두 핵심부터 파악해야 어떤 소재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어디에서 마케팅 활동을 펼 지 가늠할 수 있어요.
바이럴 마케팅과 리플레이를 유도할 콘텐츠로는 ‘숏 폼 영상’이 유용할 것입니다. 거의 모든 포털과 동영상 플랫폼이 숏 폼 영상을 강화해요. 바이럴 마케팅 콘텐츠를 숏 폼 영상으로 만들어 배포해 보세요. 더 다양한 사용자에게 더 자주 다가가도록 도울 것입니다.
레다게임즈가 곧 선보일 온라인 방탈출 게임 '타인은 지옥이다'의 화면. 출처 = 레다게임즈
윤진하 대표 : 레다게임즈는 오프라인에서만 즐기던 방탈출과 크라임씬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은 성공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고문님의 조언을 토대로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강화하고 완성도를 높이겠습니다.
장목환 고문 : 재미를 기본으로 다양한 게임의 요소를 강화해 보세요. 레다게임즈는 자사의 장점으로 감동적인 줄거리를 강조하는데요, 그렇다면 줄거리 하나를 게임 여러 개로 나눠 개발해 보세요. 실제로 콘솔이나 게임 플랫폼을 보면 플레이 시간이 짧은 게임이 여러 개 올라와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한 이들 게임은 은근히 인기를 많이 끌어요. 게임마다 줄거리와 소비자 접근 전략, 과금 시스템을 다르게 설계해 출시하면 그 만큼 여러 가지 길이 생깁니다.
온라인 방탈출을 B2B 비즈니스모델로 만드는 것도 고려하세요. 그러면서 미래 메타버스 게임 기술과 플랫폼의 변화도 주시해야 합니다. 메타버스 게임 기술과 플랫폼은 나날이 고도화 중이에요. 메타버스 게임을 어린 아이들만 한다고 인식하면 안됩니다. 이 부문에 관심을 갖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 더 많은 기술과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레다게임즈 스케일업 전문가 조언 현장. 출처 = IT동아
장목환 고문은 온라인 게임 업계의 흥망과 특징, 게임 시장의 특성과 마케팅 전략 등을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전수했다. 게임 기업 운영에 필요한 조언, 팁도 귀뜸했다. 무엇보다 게임은 꼭 게임다워야 한다고, 재미를 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윤진하 대표는 메타버스 게임 업계의 선배인 장목환 고문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서, 온라인 방탈출·크라임씬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 묘안을 찾는 모습이었다.
레다게임즈는 지금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의 온라인 크라임씬 게임 개발에 몰두 중이다. 올해 봄 출시할 이 게임에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컷 신을 추가해 몰입감을 높였다. 소비자가 반복해 즐겨도 그 때마다 각기 다른 즐거움과 공포를 느끼도록 설계했다. 레다게임즈는 2023년 안에 선보일 온라인 방탈출 게임들에도 이 기법을 적용한다. 게임의 본질을, 재미를 더하기 위한 조치다. 레다게임즈가 스케일업을 계기로 더 풍부한, 기발한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만들기를 바란다. 나아가 이 부문의 시장을 만들고 이끌기도 바란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