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에 위치한 악성임대인(속칭 ‘빌라왕’ 등)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3/뉴스1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배수는 지난해 9월 52.2배로 집계됐다. 보증배수가 법정 한도인 60배에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면서 보증 보험 운용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본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실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보증한도 현황 및 추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보증배수는 52.2배다. HUG는 증자를 추진해 보증 보험 운용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2019년 12월 45.6배였던 보증배수는 2020년 같은 기간 47.4배, 2021년 49.2배로 오름세를 기록해왔다.
HUG는 전세보증 대위변제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로 자기자본이 축소될 경우 보증배수는 올해 말 59.7배, 내년 말에는 한도를 초과하는 66.5배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UG는 자본 확충을 위해 증자를 추진하거나 보증배수 한도를 늘리는 등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배당 축소를 통한 자본 확충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안정적 보증건전성을 위한 보증배수 55배를 유지하려면 1조6841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재정 범위 내에서 구제해줬으니 국가의 역할은 끝났다고 할 수 없다”며 “재정 여력 확충 방안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HUG 관계자는 “대위변제가 큰 폭으로 증가해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기보다는 보증 발급 건수가 늘어나서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팀장은 “최근 보증사고가 늘어나는 데 있어서 공공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피해 보는 것은 일반 대중과 서민들이다 보니 (자본금 확충을 통해) 리스크를 공공이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배수 한도를 늘리는 건 당장은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세입자의 책임성을 높이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임대차보호법에 의해서 보호가 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증 보험을 두는 것은 추가적인 제도적 장치가 되지만 잘못됐을 때는 결국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라며 “서민의 주거안정과 주거복지 측면에서는 보증보험 가입 가능한 전세 보증금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