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 국가가 될 수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국가 붕괴’까지도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알렉산더 모틸 미국 러트거즈대 교수는 7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이제는 러시아의 붕괴에 대비할 때’라는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키이우(키예프)를 장악하려고 했던 것과 우크라이나를 꼭두각시 정부로 만들려고 했던 시도가 실패한 후 전쟁에서 러시아의 패배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외에서의 실패한 전쟁과 조국에서의 불안정하고 부자연스러운 시스템은 날이 갈수록 일종의 내부 균열의 가능성이 늘린다”며 “그런 일이 서방에 좋든 나쁘든 국회의원들은 이를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고문에서 모틸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한 러시아에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퇴임을 비롯해 극우 민족주의자, 독재적 보수주의자 등 갖가지 진영 권력 다툼을 전망했다.
그는 “누가 이길지 모르지만 우리는 권력 다툼이 정권을 약화하고 전쟁에 관한 노력에서 주의를 분산시키리라는 점은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정권 약화는 제 기능을 잃은 경제와 맞물려 불만에 찬 러시아인이 거리로 나오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러시아 연방에 속한 비러시아 정치권도 자치권 확대를 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틸 교수는 “러시아가 이런 혼란에서도 생존한다면 중국 의존 국가가 될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소련 붕괴도 언급했다. 모틸 교수는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공산당 지도자로 권력을 쥐었을 때 소련의 해체를 원하거나 상상한 러시아인은 거의 없었다”며 당시 경제·정치 재건 정책인 페레스트로이카가 붕괴를 이끌었다고 했다.
모틸 교수는 “지금의 러시아가 이런 국가의 붕괴 수순을 밟는다면 이는 러시아 엘리트의 의지나 서방의 정책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군사적·도덕적·경제적 패배와 중앙집권정치시스템의 취약성을 큰 유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제반 문제들에 불을 붙이는 일종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