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2023.1.6/뉴스1 ⓒ News1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에 따른 자위권 행사 차원의 조치”라며 이는 정전협정의 상위 개념인 유엔헌장도 보장하고 있는 것이란 입장을 밝혔으나, 일각에선 유엔헌장 등 국제법이 인정하는 자위권 행사는 상대방의 ‘무력공격’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들어 북한의 무인기 활동이 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단 의견도 제시된다.
‘정전협정’은 1950년 발발한 6·25전쟁에서 비롯된 남북한 간의 상호 적대행위를 일시 정지시키고자 지난 1953년 7월27일 유엔군과 조선인민군(북한군) 및 중국 인민지원군이 체결한 협정으로서 정식 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이와 관련 정전협정 제2조16항은 ‘적대 중의 일체 공중 군사역량은 DMZ와 상대방의 군사통제 하에 있는 한국 지역 및 이 지역에 인접한 해면의 상공을 존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지난달 26일 무인기 5대를 MDL 넘어 우리 영공으로 날려보낸 건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 9·19군사합의를 명백히 위반한 도발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우리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국제법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지난 5일 경기 양주시 일대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2023.1.5/뉴스1 ⓒ News1
그러나 우리 군이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따른 ‘상응 조치’로서 같은 날 RQ-101 ‘송골매’ 등 유·무인 정찰기를 MDL 인접 및 이북으로 보내 정찰활동을 수행한 사실을 놓고는 야권으로부터 “정전협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무인기 도발 당시 ‘우리 무인기도 북한에 보내라’고 지시한 데 대해 “9·19합의를 따지기 전에 (남북) 상호 간에 영공을 침범하는 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당시 우리 무인 정찰기의 MDL 이북 비행 등 ‘상응 조치’는 “유엔헌장 제51조가 보장하는 자위권 차원의 대응”이라며 “자위권 차원의 대응은 유엔헌장에서 보장한 합법적 권리로서 정전협정도 이를 제한할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유엔헌장 제51조는 국가가 무력공격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또 유엔헌장 103조엔 다른 조약의 의무보다 유엔헌장이 우선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서울 소재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국제법을 강의하는 한 교수는 “국가책임법에 따르면 상대방의 선행(先行) 위법행위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는 위법행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북한이 먼저 국제법상 명백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만큼 그에 비례한 우리 군의 상응조치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단 얘기다.
그러나 다른 국제법 전문가는 “(무력행사 금지를 규정한) 유엔헌장 2조4항의 예외로 적용되는 게 자위권”이라며 “자위권을 행사하려면 심각한 형태의 무력공격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엔 그런 게 없었다. 북한 무인기에 공격 의도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전문가는 “무인기 침범을 정규군의 국경 침범 행위로 볼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일례로 유엔사는 2020년 5월 북한군의 전방 감시소초(GP) 총격 도발 사건과 그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 사격 모두에 대해 ‘정전협정 위반’이란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그러나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작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등 연이은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국·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가 무산된 점을 들어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통해 뼈저리게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게 유일한 제재다. 정전협정을 위반할 것 같아서 (우리 군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유엔사는 현재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북한 무인기의 이번 영공 침범 도발과 우리 군의 대응 등에 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