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등 기존 유통채널 의존 탈피 ‘D2C 센터’ 신설해 충성 고객 확보 가전-스마트폰 시장 돌파구 모색 이영희 사장 승진후 첫 행보
삼성전자가 아마존, 월마트 등 기존 유통 채널에 의존하던 해외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직영 자사 몰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 애플처럼 자사 몰로 소비자를 끌어들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글로벌마케팅실에 자사 몰 판매를 강화하는 ‘D2C(Direct to Consumer·온라인직접판매) 센터’를 신설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는 디지털프라자(삼성전자 전용 판매점)가 없기 때문에 삼성닷컴 등 온라인 직접 판매를 통해 고객과의 직접 접점을 넓히는 취지”라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자사 몰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들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2C는 아마존, 월마트와 같은 중간 유통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자사 몰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자사 몰을 통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를 통일하거나 강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도 있다. 반면 브랜드 충성도가 약해 직접 찾아와 구매하는 소비자가 적을 경우 중간 유통을 통하는 것보다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
삼성전자가 D2C를 확대하는 것은 최근 가전·스마트폰 시장 침체와도 무관하지 않다. 판매 경로를 다양화하고 충성 고객 관리 등을 통해 새 돌파구를 모색하는 방안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가전·TV를 담당하는 CE사업부는 2000억∼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번 D2C 신설은 지난해 12월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이 글로벌마케팅실 사장으로 승진하며 마련한 첫 행보로 풀이된다. D2C센터가 신설되며 글로벌마케팅실은 ‘글로벌브랜드센터’ ‘CX.MDE센터’까지 총 3센터 체제로 운영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말 조직개편에서 고객경험·멀티디바이스경험을 뜻하는 CX.MDE센터를 신설했다. 이 사장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 참가해 직접 마케팅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의 D2C 강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차세대 기업자원 관리 시스템 ‘N-ERP’에 과거에 없던 ‘온라인직접판매 현황 분석’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플, 나이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지는 삼성전자 D2C 전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플은 직영점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면 고객들이 밤새 줄을 서 기다릴 정도로 브랜드 충성도가 강하다”라며 “D2C가 성공하려면 브랜드가 매우 막강해야 유리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