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인력 양성-중기 지원에 사용” 공정위, 자진시정안 ‘의견수렴’ 개시 수백억 과징금 피해 ‘면죄부’ 논란
삼성전자에 장기계약을 강요하는 등 ‘갑질’ 혐의를 받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200억 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고 불공정 거래 관행을 없애겠다는 자진 시정 방안을 내놓았다. 상생기금 규모가 예상에 못 미쳐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브로드컴과 협의해 이 같은 내용의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하고 2월 18일까지 이해관계인 의견을 수렴한다고 9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안하면 공정위가 타당성을 심사해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 없이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잠정 동의의결안에는 반도체 업계 상생지원을 위해 2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향후 5년간 전문인력 양성에 77억 원,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지원에 123억 원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부품 선적, 구매주문 승인, 기술지원 중단 등의 불공정 수단을 이용해 부품 공급계약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동의의결 절차가 없었더라면 최소 수백억 원, 많게는 조 단위의 과징금이 부과됐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심재식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200억 원 상생기금은) 최대한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을 확실히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