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보정당 간부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으며 국내 제도권 정당과 노동·시민단체 등에 파고들어 반정부 활동을 벌여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에 따르면 진보정당 간부 A 씨는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대남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의 교육을 받았으며, 귀국한 뒤 제주 노동계 간부와 농민운동가 등을 포섭해 ‘한길회’를 조직하고 북의 지령에 따라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 투쟁, 진보정당 후보 지지 활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공안당국은 이와 별도로 창원의 진보단체 간부인 B 씨 부부를 유사한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한다.
이들 사건은 2017년부터 북한 공작원과 지령문·보고문 84건을 암호화 파일로 주고받으며 충북지역 정치인, 노동·시민단체 인사 60여 명을 포섭해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등 반미 활동을 벌이던 3명이 2021년에 구속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과 비슷하다. 이번 수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공개되는 간첩단 사건인 데다 수사도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어 전체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수사 대상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진보정당이나 노동·사회단체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 내 추가 연계 여부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간첩 적발 건수가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져 ‘안 잡느냐, 못 잡느냐’ 논란도 없지 않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문재인 정부 시절(2020년) 통과된 법에 따라 2024년부터는 경찰로 완전히 넘어가게 돼 있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대공수사권의 전면 이관이 적절한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