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화이자, 너무 비싼 가격 제시” 누리꾼 “3년간 PCR비용이 더 클것” 부유층만 살 수 있어 뇌물로 기승 “中 의료 불평등 민낯 드러나” 지적
팍스로비드 알약. 뉴욕=AP/뉴시스
중국이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국가보험 적용 의약품에 포함시키려다 취소했다. 화이자가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고위험군 환자의 입원율을 낮출 수 있는 효과가 입증된 팍스로비드는 그간 자국산 백신의 우수성을 맹목적으로 주장하며 서방 백신을 꺼려 온 중국이 공식 승인한 소수의 서방 치료제다.
이에 ‘결국 돈 때문에 국민 건강을 포기하겠다는 것 아니냐’ ‘지난 3년간 당국이 쓴 유전자증폭(PCR) 검사 비용이 더 클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곳곳에서 일일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팍스로비드 값 20배 치솟아
9일 미국 블룸버그와 대만 쯔유(自由)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은 ‘팍스로비드’를 국가보험 적용 의약품 목록에 포함하기 위해 화이자와 5일부터 4일간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대신 자국산 항바이러스 치료제 ‘아쯔푸(阿玆夫)’, ‘칭페이파이두(淸肺排毒)’ 등을 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목록에 포함되면 통상 약값이 50% 이상 저렴해져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아진다.
현재 중국 내 팍스로비드 가격은 박스(30알)당 2300위안(약 42만4000원). 그러나 인터넷과 암시장 등에선 5만 위안(약 923만 원)을 줘야 살 수 있다.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도산 팍스로비드 복제약조차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독감약이 코로나19 치료제로 둔갑하는 등 가짜 약도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중국 의료 체계의 불평등과 낙후성을 팍스로비드 사태가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확진자 급증이 치료제 품귀 부추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이 치료제 품귀 현상을 가속화하는 악순환도 나타나고 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 중국 한의사가 감염된 딸에게 치료제를 구해주지 못하자 직접 침을 놓았지만 4시간 만에 숨졌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등에는 이 사연을 비롯해 곳곳의 안타까운 사망자 소식이 계속 퍼지고 있다.
이날 AFP통신 등은 인구가 9940만 명인 허난성 보건당국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6일 기준 누적 감염률이 89%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감염 비율 또한 각각 80%, 70%가 넘었을 가능성이 이미 제기된 상태다. SCMP 또한 최근 중국 전체 인구의 60%인 약 8억 명이 이미 감염됐을 것이라는 추정을 보도했다.
이에 따라 20억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22일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후의 방역 대처가 중국의 코로나19 상황 악화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민 불만이 심상치 않은 만큼 당국이 춘제 전에는 화이자와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팍스로비드 직접 구입 외에도 팍스로이드 복제약(제네릭)을 제조할 수 있는 권리를 얻기 위한 별도 협상 또한 화이자와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