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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물가 2%안정’ 포기안해… 금리상승 따른 침체 못피할 것”

입력 | 2023-01-10 03:00:00

[2023 새해특집/글로벌 석학 인터뷰]〈6〉글렌 허버드 美컬럼비아대 교수
美 지속적 금리인상, 세계경제 위협… ‘연준 금리인하’ 시장 기대는 틀려
침체 와도 금융위기만큼은 아닐 것… 트럼프도 바이든도 무역장벽 구축
보호무역주의가 ‘뉴 노멀’ 되고 있어… 韓, 기술진보 고려 美-中선택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적 거시경제학자인 글렌 허버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65)는 지난해 12월 20일 동아일보와 화상으로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서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세계 경제가 직면한 주요 위협으로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주도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 자금 경색, 신흥국의 자본 유출, 환율 변동 등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의 팬데믹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도 새해 세계 경제의 위협 요소라고 지적했다.

허버드 교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거쳐 15년 동안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을 지내는 등 학계와 정책, 기업 분야를 두루 섭렵해온 경제학자다. 강력한 연준 의장 후보로도 거론돼 왔다. 대표적 시장론자로 보수적 경제학자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무역전쟁을 비판하며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허버드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슬프게도 보호무역주의는 ‘뉴 노멀’(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어디에서 기술 진보가 이뤄지는지를 고려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 경기 침체 없는 물가 안정인 ‘연착륙’이 가능할까.


“(40년 만의)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에서 약 4%대로 내려오는 것은 다소 쉽다. 공급망 (병목)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달성이 가능하다. (미국의 지난해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5.5%였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2%대로 낮추는 연준의 목표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도달하기가 매우 어렵다. 경제학자들이 쓰는 ‘멋진’ 용어로, ‘상당한 수준의 수요 감소’를 필요로 한다. 이는 결국 경기 침체가 오고, 사람들이 직업을 잃는다는 의미다. 미국은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렵겠지만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심각하진 않을 것이다. 그 정도의 심각한 침체를 유발하는 다른 위기 징후는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시장은 연준이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

“시장은 두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첫째, 연준은 ‘인플레이션 2% 목표’를 실제 달성하려고 하지 않고 물러설 것이다. 둘째, (경기 침체라는) 경제 상황이 연준의 목표 수정을 정당화하도록 몰고 갈 것이다. 나는 둘 다 맞지 않는다고 본다. 연준은 ‘2% 목표’ 도달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연준은 금리를 더 올리고, 상당 기간 높게 유지할 것이다.”

―연준의 긴축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신흥국 경제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 신흥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고, 달러 가치가 변동하고, 많은 경제가 부채 부담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경기 침체 압력도 줄어들 것이다.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은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금리 인하 후에는)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세계 경제는 연준의 긴축뿐만 아니라 중국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도 노출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와 재개방 정책은 새로운 위험 요소가 됐다. 중국 경제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 중대하다.”

―지정학적 갈등 속에 미국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나는 그것이 정말 위험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기술 발전과 세계화에 맞서 다양한 벽을 쌓고 있다. 이런 정책이 정치적으로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국민은 고른 성장을 원하지만 실제 성장은 매우 파괴적으로 나타난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어떤 회사는 심지어 파산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은 ‘당신은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기술 혁신이나 자유무역을 원하지 않죠?’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성장과 파괴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파괴’가 싫다고 동전을 버리면 성장도 사라지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세계로 가는 다리를 놓는 일이다. 다시 말해 사회복지나 직업교육으로 사람들을 ‘파괴’에 대비시켜야 하지만 이보다 쉬운 길, 장벽을 쌓는 것을 택하고 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정치인이 바뀌지 않는 한 기술 변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를 받기는 너무나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보호무역주의와 정부 보조금이 ‘뉴 노멀’일까.

“슬프게도 그렇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동의하는 유일한 지점이 보호무역주의다. 사람들은 그런 정책이 가격을 올리고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이해하지 못한다. 보호주의는 몇몇 산업과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겠지만 전체적으로 나쁘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고 자유무역이 끝난 것은 아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주요 경제 블록 간 무역은 이어질 것이다. 기술 변화와 세계화에 대한 정치적 논리는 너무 강력하다. 그래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의 뛰어난 젊은 학생들을 보면 현대 경제조직들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다. 만약 기업인들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싶다면 그들도 공공 무대에서 배역을 맡아야 한다. 솔직히 어느 산업화된 국가에서든 정치인들은 제 할 일을 다하지 않는다. 기업의 직업교육, 지역사회 지원 등이 필요하다.”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어떻게 위기를 돌파해야 할까?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도 고민이 많다.

“지역별 블록 경제 속에서의 자유무역에서 여전히 경제적 이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국이 중국과 미국 가운데 어디를 택할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미국 경제학자로서 쉬운 대답은 ‘미국’이지만 한국에 매우 심각한 문제다. 미래 ‘기술 진보’가 어느 진영에서 가장 발전할 것인지를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미중) 경제 성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현재 플랫폼과 기술 분야에서 도드라진다. 많은 과학자, 엔지니어, 기업인은 미국의 기술 진보가 더 클 것이라고 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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