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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미래도시 보여주고, 폐기물 재활용 TV도 선보여

입력 | 2023-01-10 03:00:00

[2023 새해특집/모두를 위한 성장 ‘K-넷 포지티브’]
1부 글로벌 문제 푸는 한국기업들〈2〉CES서 선보인 지속가능 기술
“첨단기술로 기후변화 위기 대응”… ‘넷 제로’ SK전시관 인기몰이
현대차, 글로벌 차원 탄소중립 계획… LG, ‘지속가능 사이클’ 조형물 눈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현장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전자의 친환경 활동을 소개하는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를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5일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SK 전시관에 들어서자 인류에 펼쳐질 암울한 미래가 관람객을 맞았다. 어두컴컴한 통로에는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음향이 흘러나왔다. 양쪽에는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영국 런던 ‘빅벤 시계탑’, 이집트 ‘스핑크스’ 등 세계적 랜드마크가 물에 잠긴 모습이 펼쳐졌다. 서늘함이 느껴졌다.

이 통로를 지나면 그제야 SK의 ‘넷 제로’ 기술들이 구현된 밝은 미래 도시를 만날 수 있다. 이 도시의 주요 운송수단인 전기차는 18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SK온 슈퍼패스트(SF) 배터리를 탑재했다. 도시 곳곳에는 400kW(킬로와트)급 출력을 내는 SK시그넷의 V2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마을마다 100∼300MW(메가와트) 규모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있어 전기 공급엔 문제가 없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재활용(BMR) 기술로 수산화리튬을 추출한다.

전시관에서 만난 미국 보잉의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샘 네블렛은 “미래에 일어날 문제를 강조하는 게 멋졌고 전시도 전반적으로 조화로웠다”고 평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탄소 감축을 어떤 형태의 모습으로 기술적으로 잘 풀어 나갈까 상당히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전시를 잘해 줘 상당히 기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나흘간 SK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은 누적 3만여 명으로 작년(1만1000명)의 3배 가까이로 늘었다.


○ 삼성, SK 등 지속가능 기술 리더십 선보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SK그룹관에서 도심항공교통(UAM) 체험 순서를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다. SK그룹 제공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이 미래 기술비전을 선보이는 CES에서 국내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전시 주제로 내세워 주목받았다. 인류 최우선 당면 과제 중 하나인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최첨단 기술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비전을 전 세계에 내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CES 전시장 초입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섹션으로 꾸몄다. QR코드를 입힌 큐브 상자를 바닥에 놓으면 동영상을 통해 삼성전자가 어떻게 자원을 아끼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단계별로 보여줌으로써 관람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TV 신제품의 솔라셀 리모컨에는 폐그물 등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소재가 20% 포함된 브래킷 부품이 들어간다. 파워보드의 주요 부품 12%는 재활용 알루미늄 캔과 구리로 만든다. 삼성전자는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도 TV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보한 TV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대표해 CES에 참가한 현대모비스는 5일 미디어 발표회의 ‘넷 제로’ 정책 발표자로 북미연구소의 제프리 헬너 기술팀장을 내세웠다. 한국 본사만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이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헬너 팀장은 “2040년까지 현대모비스 모든 사업장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2045년까진 공급망 전체에서 탄소중립을 완료한다”는 단계적 계획을 설명했다.

LG전자 전시관에서는 6단계의 ‘지속가능한 사이클’을 나타낸 원형 조형물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Better Life For ALL’(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계획)이라는 주제의 전시관에 설치된 이 조형물은 과정별로 지속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030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60만 t 수준으로 늘리고, TV 등 7대 가전기기 생산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 대비 20% 줄이겠다 등의 실천 전략들이다. 또 무인 이동 로봇을 설치해 청각 장애가 있는 관람객이 찾아올 경우 가상인간이 수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 ‘친환경 솔루션’ 앞세운 K스타트업도 눈길

LVCC 노스홀에 부스를 차린 국내 스타트업 누비랩은 버려지는 음식물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푸드스캔’을 선보였다. 음식물 잔반을 스캔하면 음식물이 버려질 경우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니터로 알려준다. 다음번 조리 때 식재료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친환경 식물재배기 '마인팜 쇼케이스'를 소개하기 위해‘CES 2023’에 참가한 국내 스타트업 GSF시스템 임직원들. GSF시스템 제공

GSF시스템은 식량 문제 해결 솔루션을 내놨다. 기후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실내에서 친환경 채소를 연중 생산할 수 있는 식물재배기 ‘마인팜(Minefarm) 쇼케이스’다.

이학교 전북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가 2021년 교내벤처로 창업한 멜리엔스는 소를 기르는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 측정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멜리엔스는 세계 최대 소고기 시장인 미국에 지사를 두고 탄소 저감 노력을 기울인 농가의 ‘저탄소 소’를 인증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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