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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세배·성묘 등 ‘명절 세시풍속’ 국가무형문화재 된다

입력 | 2023-01-10 11:40:00

내년엔 연날리기도 지정 추진




세배와 성묘 등 ‘명절 세시풍속(歲時風俗)’이 올해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26일 ‘명절 분야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관련 자문회의’를 열고 설,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등의 명절과 명절에 행해지는 세시풍속을 아울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10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올 7월까지 국가무형문화재 종목 지정가치 연구용역을 마친 뒤 9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추석 명절 온 가족이 고향집에 모여 차례를 지내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특히 추석은 이미 2021년 12월 전승 및 지정 가치를 판단하는 연구용역을 통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삼국사기’ 신라 본기에 추석을 뜻하는 ‘가위’를 이두 식으로 표기한 ‘가배(嘉俳)’가 기록된 사실에 미뤄 삼국시대 혹은 그 이전부터 추석 명절을 지내는 풍습이 전해내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명절은 역사성만큼이나 오늘날까지 가족공동체에서 전승돼온 사회·문화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으로 자문회의에 참석한 배영동 안동대 문화유산학과 교수는 “명절 세시풍속은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며 개인화되는 오늘날에도 한민족의 문화적 동질성을 지탱해주고 있는 전통”이라며 “현재는 그 의미가 옅어지고 있지만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통해 다시 공동체 가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월대보름 마을 수호신에게 지내는 ‘장승제’를 지내며 장승 위에 명문을 쓰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최근 무형문화재 체계는 속칭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기술·예능 보유자를 중심으로 지정돼왔던 데서 나아가 온 국민이 함께 전승해온 지식이나 의식주 등 공동체의 생활관습까지 확장되고 있다. 2015년 문화재청이 보유자나 보유단체 없이도 전승되는 공동체 종목을 지정할 수 있도록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면서다. 최근까지 ‘아리랑’, ‘김치 담그기’, ‘온돌문화’, ‘장 담그기’, ‘한복생활’, ‘윷놀이’ 등 16개 공동체종목이 지정됐다. 공동체 전수 종목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규정하고 있는 유네스코의 정책에 발맞춘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민족의 전통 문화를 두고 중국의 고유 문화라고 주장하는 일부 중국인들의 왜곡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비물질문화유산 웹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정된 조선족 관련 무형유산은 ‘널뛰기’, ‘아리랑’, ‘김치 담그기’ 등 국가 지정 무형유산 17개 종목, 동북삼성(東北三省) 지역에서 지정한 성급 무형유산 81개 종목 등 모두 98개 종목에 달한다.

단오에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아이의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한민족의 문화가 중국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한복 논란 등에서 보이듯 중국의 고유문화로 왜곡되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인 전경욱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중국에서는 국가뿐 아니라 성급 자치단체도 조선족 관련 문화를 공동체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중국 고유 문화로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며 “중국의 무형문화재 지정 목록을 보며 맞대응하는 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지정 가치가 있는 공동체 문화유산을 검토하고 가치를 판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재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장은 “문화재청이 명절 세시풍속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건 중국과 별개로 우리의 공동체 문화유산을 선제적으로 체계화하려는 시도”라며 “내년에는 ‘연 날리기’를 비롯한 민속놀이와 구전설화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해 한국만의 무형문화유산 체계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