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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 약발 안받네”…수도권 줄줄이 ‘청약 쇼크’

입력 | 2023-01-10 13:21:00


정부의 전방위 규제 완화에도 부동산 분양 단지들이 저조한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가 시세에 비해 비싼데다 집값 하락추세가 이어지자 수요자들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특별공급 신청을 받은 안양 동안구 호계동 ‘평촌 센텀퍼스트’는 전체 물량 627가구 중 83명만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0.13대 1이다.

정부는 지난 3일 최장 10년이던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을 최장 3년으로 줄이고, 현행 12억원인 중도금 대출 기준도 폐지하기로 하면서 청약 시장에 온기가 돌 것으로 보였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청약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배정 물량이 가장 많은 전용면적 59㎡A 주택형은 275가구 모집에 31명만 신청했다. 59㎡B 주택형도 163가구 모집에 11명 신청에 그쳤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이른바 ‘국민 평형’도 성적이 저조했다. 19가구를 공급하는 전용면적 84㎡A 주택형은 19가구 모집에 16명이 지원해 미달됐다. 특히 84㎡B 주택형의 경우 8가구 모집에 단 한건의 신청자도 나오지 않았다.

이날 이어지는 1순위 일반분양도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선 분양가가 다소 높다는 인식이 확산한 게 저조한 경쟁률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지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10억1300만원~10억7200만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인근 새아파트인 ‘평촌더샵아이파크’ 84㎡는 작년 11월 9억500만원(16층)에 거래됐고, 호가도 9억원 초중반 수준이다. 평촌 센텀퍼스트 분양가가 시세보다 비싼 셈이다.

서울 성북구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지난해 12월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4.7대1을 기록했지만 당첨자와 예비당첨자 가운데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미분양 물량이 537가구 남았다. 일반분양 물량이 1330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계약률이 59%에 불과한 셈이다.

이 단지 역시 최근 인근 새아파트 시세가 떨어진 게 계약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위자이 레디언트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9억570만~10억2350만원 수준이다.

단지 인근에 있는 939가구 규모의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8억3500만원(17층)·8억2000만원(9층)·8억2500만원(7층)에 각각 거래됐다. 장위자이 레디언트 분양가와 최대 2억원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장위자이 레디언트가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에 가깝고 단지 규모가 더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인근 신축 단지의 시세가 더 낮아지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분양가가 다소 비싸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같은 시기에 분양한 둔촌주공(올림피크 파레온)로 수요자들이 빠져 나간것도 장위자이 레디언트 계약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 정당계약이 진행중인 둔촌주공의 계약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적이 저조할 경우 앞으로 서울에서도 청약시장 위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평촌 센텀퍼스트의 경우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분양가가 높았던 게 부진의 영향으로 보이고,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분양가에 대한 부담에다 일부 수요가 둔촌주공으로 분산되면서 미계약이 많았던 것 같다”며 “올해 분양시장은 분양가 수준과 중도금 대출 여부 등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