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오전 경기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지지자들한테 조용히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1야당 현직 대표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장에서 집회를 벌이던 보수 성향 단체와 신경전을 벌였다.
10일 오전 10시 18분경 경기도 성남에 있는 수원지법 성남지청 앞에 이 대표가 탄 차량이 도착했다. 검은색 양복에 짙은 남색 넥타이 차림의 이 대표가 차에서 내리자 유튜버와 지지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 하던 이 대표는 경찰과 검찰 방호원이 강제로 길을 연 후에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조정식 사무총장과 천준호 비서실장 등 당 지도부가 이 대표 뒤에서 함께 걸음을 옮겼다.
이 대표는 검찰청에 들어서기 전 포토라인에서 걸음을 멈췄다. 인파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고, 이 대표는 주변이 조용해지길 기다리는 듯 정면을 응시한 채 10초가량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좌중의 소란이 다소 가라앉자 이 대표는 준비해온 원고를 꺼냈다. 이때 한 시민이 “목소리가 작습니다. 쫄았습니까?”라고 외쳤다. 이 대표는 그 시민을 쳐다보며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고 ‘쉿’하는 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이날 A4 용지 8장 분량의 원고를 차례대로 읽었고 발언은 9분 가까이 이어졌다. 그는 “소환조사는 정치 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 잘 알고 있다”며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발언이 끝난 뒤 취재진은 “질문 좀 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었고, 이 대표는 원고를 다시 외투 주머니에 넣으면서 “간단하게 하시죠”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검찰에게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미 결론을 정해 놨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충실하게 방어하고 진실 왜곡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