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던 수소차 개발 속도를 조정하고 나섰다. 수소전기트럭은 경쟁력과 성능이 검증된 만큼 보급에 드라이브를 거는 반면, 승용차 부분은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신차 개발 계획도 연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3일 진행한 2023년 시무식에서 수소 사업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 않고 넘어갔다. 그나마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내년 사업 계획을 소개하며 “중장기적으로 수소 생태계에 대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확보하고, 수소 생산과 유통 등 밸류 체인(공급망) 전반을 구축하겠다”고 언급한 정도다. 불과 1년 전에는 수소차 사업에 대해 “다양한 모빌리티와 산업분야의 동력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완성차 업체 중 수소차에 대해서는 세계 선두권으로 꼽힌다. 10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수소차 판매 대수는 1만8457대이며, 이 중 현대차 넥쏘의 비중이 1만700대로 58.0%를 차지했다. 2위인 일본 도요타의 미라이가 3238대(17.5%)에 그쳤으며, 나머지 브랜드 차들의 판매량은 1000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소 산업 전시회 H2 MEET 2022’에서 공개된 수소전기트럭 청소차. 현대자동차 제공.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관련 사업 계획을 전면 재편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선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통해 그동안 수소 사업을 담당해온 부사장급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장과 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을 모두 교체했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 수소연료전지 승용차 넥쏘. 현대자동차 제공.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 업계가 수소 사업과 관련해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전기트럭은 사업성이 높고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만큼 양산과 보급에 집중하되, 승용차는 상품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에서 성과를 내면서 수소 승용차 개발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