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연 3%대까지 물러났다. 반면 대출금리는 8%대를 넘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3.98~4.27%로 집계됐다. 금리 하단이 3%대로 물러섰다.
상품별로는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연 4.27%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연 4.20%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연 4.10% ▲농협은행 ‘NH올원e예금’ 연 3.99% ▲국민은행 ‘KB Star정기예금’ 연 3.98%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분 반영과 자금 조달을 위해 예금금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상승과 자금쏠림을 우려해 과도한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하면서 예금금리는 하락 전환했다.
수신금리를 높여 자금을 유치해야 할 유인도 줄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중단됐던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서 은행은 예적금 외에도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예대율 규제도 한시적으로 완화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기예금도 시장금리의 영향을 받는다”며 “채권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이 정기예금으로 조달할 필요가 줄어든 점도 예금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AAA·무보증) 1년물은 지난해 11월 5.1%대까지 올랐으나 최근은 4.1%대로 내렸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해 10월 5.4%대까지 치솟았으나 6일 기준 4.527%로 떨어졌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이날 기준 연 4.88~8.11%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상단이 8%를 넘어서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주담대 8% 시대에 진입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예금금리가 안정화되면서 대출금리만 오를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금리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변동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따라 오르거나 내린다”며 “최근 예금금리 하락이 코픽스에 반영되면 이에 따라 대출금리도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