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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매파 발언에도… 시장은 “하반기 금리인하”

입력 | 2023-01-11 03:00:00

투자은행 과반 “금리 5.00~5.25%”
美선물시장은 “12월 4.67%로 하락”
물가-고용 개선돼 속도조절론 고개
연준, 시장과열 우려에 기대 낮추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들의 잇단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7∼12월)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물가와 고용 지표 등이 개선되자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연준과 시장의 ‘엇박자’가 커지는 모습이다. 들뜬 시장의 섣부른 기대를 잠재우기 위해 당분간 연준이 강한 ‘클랙슨’을 울릴 것으로 점쳐진다.
○ 들뜬 시장에서는 벌써 ‘피벗’ 기대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5일(현지 시간) 미국 현지 12개 투자은행(IB)을 상대로 자체 서베이를 진행한 결과 절반이 넘는 7곳이 올해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수준을 연 5.00∼5.25%로 전망했다. 두 달 전 조사에선 3분의 1인 4곳만이 최종 금리를 5.00∼5.25%로 전망했는데 전반적으로 최종 금리 전망 수준이 더 높아진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FOMC 위원들의 올해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 중간값은 5.1%로 9월 전망치(4.6%)보다 0.5%포인트 올랐다.

연준은 여전히 7%대로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현재 연 4.25∼4.50%인 기준금리를 올해 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매파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올해 상반기(1∼6월)에 금리가 5.4%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 19명 가운데 올해 금리 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연준의 기조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하반기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5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 선물시장의 연준 기준금리 전망치는 3월 4.90%, 6월 5.03%로 높아졌다가 7월(5.00%)부터 하락 전환해 9월 4.93%, 12월 4.67%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 연준, 시장 과열 양상에 경고 ‘클랙슨’
시장에서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이 커지자 연준 인사들은 작심한 듯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간)에도 미국 증시가 랠리를 벌이는 와중에 연은 총재들의 긴축 발언이 나왔다. 이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지역 로터리클럽 행사에서 “기준금리를 2분기(4∼6월) 초까지 5% 이상으로 올린 뒤 아주 오랜 시간 그 지점에서 머물러야 한다”며 “나는 ‘피벗 가이’(정책전환론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기준금리를 11개월간 정점에서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다만 보스틱과 데일리 총재 모두 12일(현지 시간) 발표되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된다면 다음 달 FOMC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베이비스텝)을 고려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연준은 4차례 연속 0.75%포인트씩 올리다 12월 FOMC에서 0.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를 늦춘 바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1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올려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준의 통화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시장과 연준의 힘겨루기 양상”이라며 “시장의 기대처럼 하반기에 연준의 피벗이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위험자산에 섣불리 투자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